2004년 2월,KBS열린음악회는 색다른 무대를 기획했다.

이름 하여 '7080 특집'.70년대 말 80년대 초 대학가요제 등을 통해 데뷔했던 가수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벤트였다.

어느 새 40대 중후반에 이른 출연자들은 청바지 티셔츠에 통기타를 들고 사반세기 전 꿈과 열정을 실어 불렀던 노래를 열창했다.

20대 초반 듣고 부르던 노래를 통해 까맣게 잊었던 젊은 시절 추억을 되살린 걸까.

삶에 지쳤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은 걸까.

40∼50대 청중은 열광했다.

건아들,장남들,샌드페블즈,블랙테트라,로커스트,라이너스,휘버스,김수철씨 등이 주축이 된'7080 콘서트'는 이래서 생겨났다.

'7080 대학가요회' 멤버인 이들 대부분은 히트곡 한두 곡에 활동기간 또한 몇 년 안되는 단기 가수들.대학동아리에서 1∼2년 활동하고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준 뒤 전공으로 돌아갔었던 까닭이다.

광고전문가 건축사 가정주부 등으로 20여년을 열심히 살아온 이들의 경우 몸은 불어나고 얼굴엔 선글라스로 눈가를 가려야 할 만큼 잔주름이 졌다.

그러나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가수가 아닌 자생적 가수였던 이들의 가창력은 여전하고 세월의 흔적을 담은 말솜씨는 관객을 완전히 매료시킨다.

그래서인가.

'7080 콘서트'는 청중과 가수가 따로 없는 합창 공연이 되곤 한다.

6월30일 서울 마포문화센터에서 열린 '7080 자선 콘서트'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공연은'7080 가요회'가 조손가정(조부모가 손자를 키우는 가정)을 돕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순회 자선콘서트의 일환.마포구와 서울화력발전소 등이 후원한 이날 공연은 '내가 말했잖아'(김태민) '바람과 구름'(장남들) '젊은 미소'(건아들) 등 희망을 북돋우는 노래들로 채워졌다.

상업적 목적과 상관없이 탄생된 노래들은 건강하고 뒤늦게 그 노래를 다시 부르는 이들의 열정은 힘든 세월을 살아온 이땅 중년들에게 잊었던 젊음의 꿈과 각오를 되새기게 한다.

어둡던 시대 상황을 견디게 했던 7080 노래들이 많은 이들에게 또다시 새로운 힘과 용기를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