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백년을 장수할 식품이 있을까. 한 조사기관이 이 같은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초코파이 새우깡 바나나우유 맛동산 등이 계속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게 될 브랜드로 꼽혔다. 이들 제품중에서도 초코파이는 단연 으뜸이었다. 초코파이는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더욱 호평을 받는다. 러시아나 동구에선 코리아는 몰라도 초코파이는 알 정도라니 그 인기가 짐작이 간다. 중국에서는 피로연의 답례품으로, 친구간의 선물로 초코파이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제조사인 오리온도 '좋은 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여우(好麗友)'로 표기해 더욱 친근감을 주고 있다고 한다. 초코파이는 아프리카의 가나 등 해외 60여개국에 수출되면서, 이제는 세계 주요 도시의 물가수준을 비교하는 지수로 등장했다. 맥도날드의 '빅맥 지수'와 같이 '초코파이 지수'가 새로 선보인 것이다. 무엇보다 초코파이는 품질 크기 재료 등이 표준화되어 있는데다 수출지역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각국의 통화가치 산정에 초코파이 지수는 더욱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토록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초코파이는 실로 우연한 기회에 착안됐다고 한다. 1970년대 초 구미 선진국을 돌아보던 한 식품연구원이 카페테리아에서 초콜릿이 입혀진 과자를 우유와 함께 먹던 중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이다. 2년여에 걸친 노력끝에 1974년 초코파이는 완성됐다. 당시 일본에서 히트 치던 엔젤파이가 초코파이 개발을 앞당기는데 한몫을 하기도 했다. 비스킷이나 젤리와는 달리 머시멜로를 넣고 초콜릿을 얹힌 초코파이의 출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었다. 소매상들이 공장앞에서 진을 치고 선금을 들고 달려왔다. 더구나 과자가 흔치 않던 시절이어서 어른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고도 남았다. 30여년전 자장면 한 그릇 값 정도였던 50원짜리 초코파이는 지금은 2백원으로 4배 정도 올랐다. 상승률로 따지면 다른 물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싼 편이다. 우리 주변의 따뜻한 인정을 전해준 초코파이의 '정(情)시리즈' 광고처럼, 초코파이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다정한 이웃으로 남을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