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만두'에 연루된 25개 업체 명단이 공개된 10일 기자는 적지 않은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관련기업 명단을 그대로 게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생각하면 관련 기업 명단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옳지만 무죄추정주의를 고려하면 보도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자가 국민의 알권리 못지않게 무죄추정주의를 중시한 것은 옛 취재수첩에 남아 있는 아픈 기억 때문입니다. 1989년의 우지라면사건과 98년의 포르말린 통조림사건은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남아있습니다. 1989년 11월 검찰수사 발표로 드러난 우지라면사건은 당시 전국민을 경악케 했습니다. 선진국에선 식용으로 쓰지 않는 공업용 우지를 라면제조에 사용했다는 검찰발표로 비난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언론은 검찰수사를 사실로 믿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치열한 보도경쟁도 벌였습니다. 이 사건에 연루된 5개 기업의 실명이 공개됐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8년 뒤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관련업체는 제품이 팔리지 않아 경영 위기에 처했습니다. 공장과 영업점에서 일하던 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은 물론입니다. 법정투쟁끝에 당사자들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남은 것은 상처뿐이었습니다. 우지사건이 끝나자 포르말린 통조림사건이 터졌습니다. 인체에 나쁜 포르말린이 함유된 번데기로 통조림을 만들어 팔았다는 게 검찰수사의 요지였습니다. 전국은 또 다시 들끓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역시 2년여 뒤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관련 기업은 부도로 쓰러지고 직원들은 일터에서 뿔뿔이 흩어진 뒤였습니다.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일부나마 보상받았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었습니다. '쓰레기만두 사건'에 연루된 기업의 명단을 게재하면서 기자는 우지와 포르말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악덕업자는 엄벌해야 마땅하지만 그 파문으로 애꿎은 업체까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알권리충족과 무죄추정주의가 충돌할 때 언론은 어느 쪽에 서야 할까요. 아직도 풀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고기완 생활경제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