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ehee.lee@unilever.com 첫딸 결혼식에서 신부를 입장시키는 아빠의 마음이나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첫아이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엄마의 염원은 곧 부처의 마음일 것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신제품을 준비하는 기업의 염원도 그에 못지 않을 것 같다. 지금처럼 시장이 위축되고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또 이미 시장에서 일등하고 있는 제품들을 더 잘 만들어 내놓을 때는 정말 그렇다. 시장 상황이 어려워 시기가 좋지 않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우리회사는 주력 브랜드를 수년의 노력으로 재단장, 재출시하며 시장과 소비자의 더 많은 사랑을 기대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제품을 출시하는 우리의 간절한 염원도 곧 부처의 마음일 것이다. 채용 면접 때면 "각각 다른 환경에서 자라 우리 회사에 입사하게 됐지만 입사하는 다짐은 같을 것이다. 그러니 초심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몇 개월 마다 되돌아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잊지 않고 당부한다. 그렇게 말해도 몇 달 지나지 않아 취직만 시켜주면 매일 청소라도 하겠다던 초심은 어디가고 회사가 큰 잘못이라도 한 양 불평을 털어놓는 걸 보면 세상이 옛날 같지 않음을 절감한다. 요즘 TV를 통해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려 노력하는 것을 보면 세상이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제발 지금처럼 그렇게만 해준다면 적어도 보통사람들이 국회의원에 대한 걱정은 안해도 되지 싶다. 정말 그럴지 지켜볼 일이다. 또 그런 노력이 얄팍한 정치적인 술수나 작심삼일이 아니길 바란다. 하긴 남 욕할 입장도 아니다. 늘 금연해야겠다면서 계속 담배를 피우는 나도 문제다. 의상조사께서 법성게에서 초발심시 변정각(初發心時 便正覺)이라 했다. 첫 결심을 했을 때가 부처를 이룬 때라는 뜻으로,우리 모두 평상심에서 처음 생각(初發心)을 지킬 수만 있다면 세상이 훨씬 건강하고 윤택해지리라 믿는다. 평소 생각대로 그 동안의 직장 경험을 토대로 편안하게 쓰면 된다기에 '한경에세이'에 글쓰기를 응했는데 이번이 마지막회다. 글을 기고하면서 가능한 한 내 생각을 솔직하게,쉽게 쓰려고 노력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그 동안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과 읽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 드린다. /유니레버코리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