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인 기업인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일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에스티 로더를 보면 그런 것같다. 에스티 로더는 화장품 왕국인 에스티 로더사의 창업자.에스티 로더의 지난해 매출은 47억달러.포천지 선정 세계 5백대 기업중 3백49위를 차지했고,국내 백화점에서만 1천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에스티 로더는 물론 클리닉,도나 카란,토미&힐피거,아라미스 등이 모두 이 회사 제품이다. 이 모든 걸 이뤄놓은 장본인이 바로 1908년 미국 뉴욕주 퀸스 빈민가에서 헝가리계 유대인 아버지와 체코계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 사이의 9남매중 막내로 태어나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에스티 로더다. 로더가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차대전중 그의 집에 다니러 왔다 눌러앉은 삼촌 덕.삼촌이 제조한 미용크림을 팔던 로더는 22살 때 회계사 조지프 로더와 결혼한 뒤에도 미용실 호텔 가정집 등 온갖 데를 돌아다니며 화장품을 판매했다. 성공하기 위해 뉴욕 사교계에 진출한 로더는 39년 이혼,아들을 데리고 마이애미로 이주했다. 마이애미에서 자신의 꿈을 이뤄줄 백마탄 왕자를 만나려던 로더는 그러나 실패,4년 뒤 전남편과 재결합한 다음 46년 에스티 로더사를 설립했다. 2년 뒤 뉴욕 삭스백화점에 입점한 로더는 53년 향수 유스듀(젊음의 이슬)가 히트하면서 유럽시장으로 진출했다. 64년 아라미스로 남성향수 사업에 뛰어들고,68년 민감성 피부를 위한 브랜드 클리닉을 선보이면서 승승장구했다. 로더의 추진력과 판매기법에 얽힌 일화는 많다. 설립 초 규모가 작다며 광고시간을 잘 배정해주지 않자 있는 돈을 다 털어 증정품 판촉을 시작한 건 유명하거니와 파리 진출 당시 라파이에트백화점에서 입점을 거부하자 매장 바닥에 유스듀를 확 뿌려 고객의 관심을 끌어 입점한 일 또한 인구에 회자됐다. 포천의 억만장자 명단중 자수성가한 유일한 여성이자 98년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경영천재 20명중 한명에 꼽혔던 로더 여사가 타계했다는 소식이다. 70대에도 백화점에서 최신 향수를 뿌려주던 로더 여사의 말은 여성은 물론 세상에 도전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싶다. "좋은 운이란 없다.운이란 만드는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