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스쿨존(School Zone)은 성역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특별한 지역이다. 주·정차 금지는 물론 속도가 제한되고 경적도 울릴 수 없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등·하교시킬 때도 학교 앞 접근이 불가능하다. 학교 인근의 통행이 아예 금지되기도 한다. 축구장으로 치면 페널티 에어리어와 같아 어떠한 위반도 허용하지 않는 게 스쿨존인데,학생들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스웨덴과 영국 등지에서는 스쿨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홈존(Home Zone)을 만들어 가고 있다. 홈존은 아이들이 활동하는 장소 전체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어서 주차장조차도 마을 외곽에 둔다. 사실 스쿨존이나 홈존이 만들어지면 주민들은 불편을 겪게 마련인데도 '어린이 보호'라는 명분 앞에 어지간한 애로는 그들 스스로 감수하곤 한다. 학교 인근에 과속방지턱만 설치해도 짜증스러워하는 우리 운전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과속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서구형 스쿨존이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처음 설치된다고 한다. 도로에 색깔 포장을 하고 통행방식을 바꾸고 자동차 속도를 줄이는 장치 등을 통해 학교 주변의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당국은 앞으로 5년동안에 걸쳐 전국 4천여개의 학교와 유치원에 스쿨존을 설치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이 세계적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인데 어린이 사망률 역시 OECD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웃 일본만 해도 등·하교 때의 연간 어린이 사망자는 두 손으로 꼽을 정도다. 72년에 도입한 스쿨존이 전국 3만여곳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95년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를 중심으로 반경 3백m 이내를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으나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오히려 학교 주변에 유흥업소 러브호텔 등이 난립하면서 종종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기까지 한다. 이번 스쿨존 설치가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고 아울러 면학 분위기를 개선하는 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