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sjung@sam-woo.co.kr 봄철 해빙기를 맞아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오래 전의 성수대교,삼풍백화점의 붕괴나 최근 대구 지하철화재 참사도 따지고 보면 '설마'에서 빚어진 대형 사고라 할 수 있다. 설마는 사고에 있어서 안전 불감증하고 통한다.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최고의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안전 불감증에 걸려 있기 때문이리라. 어느 연구소는 과거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을 학습 불감증이라며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학습불감증이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무슨 사고가 터지면 냄비처럼 여론이 들끓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잊어버리는 기억을 우리는 갖고 있다. 뒤돌아 보면 안전 불감증은 '빨리 빨리'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속도전 같은 경제개발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빨리 빨리 하려면 대충할 수밖에 없다. 또 적은 돈으로 단시일 내에 완성하려다 보니 모양새만 갖추는 것이 그간의 관행이었다. 한강다리를 놓는 데 최소한 1천억원이 필요한 때에 최저 입찰제로 8백억원에 낙찰되고 그것이 여러 차례 하도급을 거쳐 5백억원만 투입됐다면 완벽이라는 것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싸게,빠르게 건설했다고 자랑했던 경부고속도로는 이후 수없이 손을 봐야했던 누더기 도로였다.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은 타당성 및 기초조사에 9년간 2천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대만도 고속철도계획에만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의 인천공항은 11개월 동안 6억8천5백만원을 들여 타당성 조사를 했다고 한다. 우리 실력이 아무리 탁월하다고 해도 저비용의 속전속결은 부실의 요소를 내재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시대가 아닌가. 우리 모두 사고방지 운동을 생활화해 안전한 사회에서 살 권리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 생명보호를 제일주의로 위험관리를 시스템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투자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전동차 구입예산이 우리보다 사정이 못한 나라의 절반밖에 안 된다면 안전은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새 봄을 맞아 꺼진 불도 다시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