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e1home@yahoo.co.kr 존경할만한 어떤 분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다. 런던에 주재중인 우리나라의 어떤 기업인이 대출을 받으려고 현지은행을 찾아갔다. 은행측은 거래를 통해 충분한 신용을 쌓기 전에는 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기업인이 자기는 해군에서 함정까지 지휘했던 사람이라고 말하자,"아하,선장(Captain)이군요" 하면서 선뜻 빌려주더라고 했다. 영국인들의 사회인식으로 볼 때 '선장'이란 배의 운명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바다로 나가면 배는 곧 국가가 된다. 선장은 작은 영토지만 승무원의 운명을 최종 책임지는 총수가 되는 셈이다. 그만한 권위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이를 반증하는 일화도 전해진다. 재난으로 대다수의 승무원이 죽어나간 극한 상황에서도 혼자 살아남아 귀향한 선장이 있었다.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사회의 냉대 속에서 선장은 수치심으로 평생을 살았다. 결국 외딴섬으로 떠나야만 했다. 또 침몰 직전의 '타이타닉'호를 보면,자신의 구명조끼를 다른 승객에게 벗어주고 배와 함께 찬연히 죽음을 맞이하는 선장과 설계사를 볼 수 있다. 비록 영화이기는 하지만…. 생사의 운명으로 볼 때 부실기업도 침몰 직전의 배나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도 지난 5년간 격렬한 구조조정의 기간이 있었다. 채권단을 찾아가 자신은 마음을 비웠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기업주가 있었고,속마음과 실제가 다른 대주주의 집착도 종종 보아왔다. 구조조정이란 채권단은 물론 회사의 임직원에겐 손실과 아픔의 과정이다. 톱이라는 사람과 그를 둘러싼 소수의 경영진이 내린 일련의 의사결정이 잘못돼 다수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 준다. 그 결과 다수의 직원이 직장을 떠나 거리로 나서고,채권단의 막대한 손실은 다시 금융기관의 감원사태로 이어진다. 부득이한 채무조정에 힘입어 회사는 가까스로 살아남지만,직원과 화물을 모두 내다버린 선장처럼 배 위에 남아있는 부실기업주도 있다. 물론 과거의 경영 실패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에 유능한 기업주도 없진 않다. 그러나 생각해볼 일이다. 본인의 역할이 어디까지이며,지금은 물러날 때가 아닌지를. 구조조정의 성공을 떠벌리는 것은 고사하고,여전히 지지부진한데도 자리에 집착하고 있는 경우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