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선수가 LPGA투어 AFLAC챔피언스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은 궂은비 내리던 한가위에 향긋한 레몬향기 같았다. 16언더파 2백72타로 올 시즌 개인 최다인 5승과 통산 15승을 달성하고,애니카 소렌스탐과 남은 5개 대회에서 다승왕 상금왕을 다투게 되었다니니기쁘고 대단한 일이다. 박세리 선수는 1998년 동양인 최초로 US Open에서 최연소 챔피언이 됐고,올해 British Open에서는 김미현 선수와 나란히 1,2위를 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제2의 박세리를 꿈꾸며 많은 후배들이 골프에 정진하고 있다. 시골 곳곳에 골프연습장이 생기고,골프전문TV 채널도 2개나 생겼으니 골프는 이미 대중스포츠가 되고 있다. 공직사회에서 현충일은 옛날부터 골프 치면 안되었고,'부산 동의대 사건'같은 큰 사고가 나면 못치다가,지난 정부에서는 아예 5년 내내 못치게 했다. 골프백에는 가명을 붙이기도 하고,주말이면 상부기관에 골프를 치는지 알아보고,일정표에는 '골프'가 곤란해 '운동'으로 적으며 골프를 치다가 말다가 하던 공직자들은 아예 못치게 하니 마음이 편하다는 자조도 있었다. '아직도 공무원들은 골프를 못치느냐'고 외국 공직자들로부터 받은 조롱섞인 질문,어쩌다 외국에 출장 나가 마음놓고 골프치던 일,공직에서 물러난지 얼마 안된 친구가 데스크에서는 본명을 적고 골프백에는 가명을 그대로 두어 소동을 피운 일은 '치다가 말다가 공직골프'의 모멸감과 왜소감이 그려진 자화상이다. 새 정부 들어서는 골프 치는가 싶었다. 그런데 여전히 현충일이나 때가 되면 단속하더니,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를 당했다고 내린 '골프 자제령'속에 서울대 총장이 공무상으로 초청을 받아 계룡대에서 골프를 치다가 경고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테러를 당한 미국에서는 공직자들도 골프를 쳤다는데,태평양 건너 우리는 골프를 못치게 하고,골프 자제령을 내린 사람,골프를 초대한 장군,골프초대에 응한 교수,골프 쳤다고 경고하겠다는 교육부 모두가 공직자들이니 무슨 소리인지 혼란스럽다. 국제사회에서 근무시간 중 '공무 골프'는 당연한 일이다. 미국 사람들에게 주말에 공무 골프를 치라고 한다면 시간외 수당을 청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중에 공무 골프를 쳤다가 본국에서 말썽이 된 경우가 있어 내가 뉴욕에 근무할 때 모두들 주중 골프는 불가피한 경우만 하고 가능하면 주말에 쳤다. 모든 부문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변해가고 있는데 골프는 아직 '로컬 스탠더드'다. 공직에 있을 때 누가 언제부터 왜 골프 자제령을 내리기 시작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침묵하면서 지내왔다. 앞에서 돌부리에 부딪쳐 넘어지면 뒤에서는 부딪치지 않았어도 넘어지는 시늉을 하며 '따라가는 양' 같이 그렇게 순종하며 지내왔다. 비가 안와도 나라님 탓하고,실제로 비가 안오면 나라님이 잠을 못 잔다는 방송도 나온다. 주가가 떨어져도 정부에 항의하고,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언제나 정부가 나서 왔다. 국민은 잘못되면 정부 탓으로 돌리고,정부는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고 또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세상에 다른 나라가 안하는 것은 안해서 '로컬룰'이고,다른 나라가 하는 것은 해도 '로컬룰'이다. 이제 정부가 '해야 될 일' '해서는 안될 일','해도 안해도 될 일'을 확실히 구분해야 될 때다. '해서는 안될 일'은 그만 두고,'해도 안해도 될 일'은 바깥에 맡기고,'해야 될 일'만 확실하게 하는 것이 전체적인 사회비용을 줄이고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다. 현충일에 '운동'해서 안되고,뉴욕테러에 우리가 '골프 자제'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고,어떤 나라가 그렇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더 싸게 골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국민을 건강하게 하고,그래서 건강보험 적자도 줄이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공직자들의 골프에 대해 어디까지 간섭하고,어떤 경우에 왜 자제해야 하는지 골프의 '공직 사회학'을 재정립해야 할 때가 되었다. 박세리 선수가 우승을 얼마나 더하고 상금을 얼마나 더 타야 공직자들도 자기이름 달고 마음놓고 '운동'할 수 있을는지….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