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읽는 세상] 카톡 이모티콘 하나로 100억 벌었다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정한나 작가는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2015년 카카오 이모티콘을 그리는 일을 시작했다. ‘오목이’ 캐릭터로 대박을 터뜨린 뒤 아예 이모티콘 프로 작가로 방향을 틀었다. 누군가 그의 이모티콘을 내려받을 때마다 통장에는 대기업 임원 부럽지 않은 ‘이모티콘 벚꽃연금’이 차곡차곡 쌓인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10주년을 맞았다. 그사이 이모티콘은 새 직업군을 만들어낸 하나의 산업이 됐다. 이모티콘 생태계의 뿌리가 굵어지면서 1만여 명의 작가들은 약 7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12세 최연소 작가도, 81세 할머니도 이 세계에서는 프로로 통한다.
[숫자로 읽는 세상] 카톡 이모티콘 하나로 100억 벌었다
2010년은 스마트폰 초기 시절로 메신저 플랫폼 중 뚜렷한 강자가 없었다. 카카오톡도 당시 이용자 수 200만 명을 갓 넘긴 상황이었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인다”는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는 플랫폼 시장에서 초반 이용자 끌기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에 이용자 모으기에 사활을 걸던 카카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고 그중 하나가 이모티콘이었다.

PC통신 시대부터 쓰이던 이모티콘을 더 크게, 움직이는 형태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이모티콘은 이용자들이 직접 텍스트를 조합한 것이나 텍스트 크기의 간단한 기호들이 전부였다. 카카오는 강풀, 이말년, 노란구미, 낢 등 4명의 웹툰 작가를 영입해 최초 이모티콘 콘텐츠를 만들었다. 1년의 시간을 준비해 2011년 11월 이모티콘을 카카오톡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카카오톡 발송 건수가 8억 건까지 폭증했다. 한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이모티콘용 결제 시스템 제휴사로 정해졌다는 소식이 알려진 날 상한가를 찍기도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꾸준히 이모티콘 콘텐츠를 만들어냈고, 이모티콘을 활용한 대화는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고 말했다.

초창기 이모티콘의 성공 후 카카오는 2017년 이모티콘 콘텐츠 플랫폼을 누구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오픈마켓으로 전환했다. 더 많은 콘텐츠가 플랫폼에서 거래되도록 하고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카카오는 이모티콘 작가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현재 창작자 및 이모티콘 산업 종사자 수는 약 1만 명. 10년 동안 카카오 이모티콘의 창작이 수익으로 연결된 규모는 7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작가와 카카오가 배분하는 금액은 50 대 50으로 알려져 있다. 1억원 이상 누적 매출을 달성한 이모티콘은 1392개에 이르며 10억원 이상 이모티콘은 92개, 100억원 이상은 5개다. 작가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대로 49.9%를 차지했다. 30대가 34.5%, 40대가 9.4%로 뒤를 이었다. 또한 이모티콘은 새로운 지식재산권(IP)을 발굴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됐다. DK 작가의 ‘오버액션토끼’ IP를 기반으로 한 상품을 파는 팝업스토어가 2017년부터 운영되고 있고, 하얀오리 작가의 ‘몰랑이’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제작 배급사 밀리마쥬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이모티콘은 산업계에 다양한 캐릭터 IP를 발굴할 수 있는 원천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모티콘은 ‘기업 카카오’에도 큰 의미를 남겼다. 이모티콘은 2010년 말 카카오 최초의 수익원으로 나온 ‘선물하기’에 이은 두 번째 수익원이다. 출시 시점부터 ‘평생 무료’를 내세운 카카오톡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초창기 매출원은 몹시 중요했다. 또한 카카오톡 사용 문화를 더 확고하게 정착시킨 주역으로도 꼽힌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카카오가 모빌리티, 콘텐츠, 커머스 등 다양한 사업으로 뻗어나갈 수 있게 한 핵심 원동력”이라며 “이런 카카오톡의 정착을 도운 이모티콘은 헤아릴 수 없는 값어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모티콘은 ‘카카오프렌즈’ IP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카카오는 이모티콘 무료 체험판을 제공하기 위해 2012년 11월 무지, 콘, 어피치 등 카카오프렌즈 7개 캐릭터로 구성된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이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이모티콘이 됐으며 카카오의 인형, 식품, 패션, 골프 등 다양한 영역에서 IP로 활용되고 있다.

구민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