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내는거야?"…카드 연회비의 비밀 [슬기로운 금융생활]




"내 돈 내고 내가 쓰는데, 연회비 2만 원은 왜 내야하지?"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때 문득 드는 생각입니다. 이 카드로 긁은 카드값 고스란히 내가 다 내는데, 왜 연회비를 추가로 내는거지? 연회비의 개념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물론 카드사 회원에 대한 입회비 개념일 수 있지만, 적게는 5,000원 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 연회비는 천차만별이죠.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 주제는 `카드사들이 연회비를 받는 이유`를 샅샅이 파헤쳐 봅니다.

◆ 연회비=기본연회비+서비스연회비

신규 카드를 발급할 때 꼭 확인하는 것 중에 하나, 바로 연회비입니다. 말 그대로 카드사에 내는 1년치 회비를 의미합니다. 이 연회비는 기본연회비와 서비스연회비로 구성돼 있습니다. 먼저 연회비의 기본 기능부터 알아봐야겠죠.

실제 카드사에 근무 중이신 분께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먼저 기본연회비에는 카드 발급비용과 카드 배송비, 시스템 관리비 등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카드를 신청할 때 받아볼 수 있는 카드 플레이트, 그리고 그 플레이트는 주로 자택이나 회사 등으로 배송이 되죠. 카드를 처음 발급받을 때 발생하는 비용과 카드사에서 나를 회원으로 신규 추가해 관리하는 시스템 비용 등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이런 기초적인 비용은 약 5,000원 수준. 그래서 아무런 혜택이 없는 기본 신용카드의 경우 기본연회비 5,000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각종 마일리지, 포인트 적립과 제휴처 할인혜택 등 서비스가 탑재된다면? 기본연회비 외에 서비스연회비가 추가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주유 할인카드나 마일리지카드, 각종 가맹점에서 할인혜택을 주는 신용카드의 경우 연회비는 1만 원에서 2~3만 원 가량으로 오르게 됩니다. 제휴처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비용이 포함돼 연회비가 책정되는 것입니다. 카드사가 제휴처 혜택을 고객에게 주기 위한 마케팅 비용에 해당되겠죠. 여기에 추가로 해외에서 결제 가능한 비자나 마스터 등 해외겸용 카드로 발급받을 때에는 연회비가 더 추가됩니다.

◆ 연회비 200만 원 `VVIP카드`를 아시나요

일반적인 할인이나 적립 혜택이 탑재된 신용카드의 연회비가 약 2~3만 원 가량이라면,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붙은 카드부터는 연회비가 10만 원 단위로 뜁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죠. 연회비가 100만 원이 넘어가는 `VVIP카드`도 존재합니다.

VVIP카드로 가장 잘 알려진 카드 중 현대카드의 `the black`이 있습니다. 상위 0.05%를 위한 국내 최초 VVIP카드로 잘 알려져 있죠. 유명 가수인 GD나 방탄소년단(BTS)의 진이 사용하는 카드로 알려지면서 더 유명세를 탔습니다. 현대카드의 더 블랙은 연회비 200만 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가 연회비 카드의 특징, 연회비보다 더 큰 혜택을 주는 `바우처`가 포함돼 있죠. 예를 들어 연회비 30만 원의 프리미엄카드를 발급받으면, 30만 원 이상의 바우처를 제공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보통 처음 카드를 발급받을 때 호텔 이용권이나 항공권 업그레이드 서비스 등 다양한 바우처가 제공됩니다. 현대카드 더 블랙의 경우에도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이용권과 특1급 호텔 이용권,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등의 바우처가 포함돼 있습니다.

프리미엄 회원들에게는 연회비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이유, 과연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이들 회원에게는 리스크, 즉 위험도가 사실상 없다는 점입니다. 연회비 수십, 수백만 원짜리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은 카드 값이 연체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이들은 리스크가 낮은데다 기본적으로 카드 실적도 높다고 합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점 하나 더, 바로 브랜드 마케팅 효과입니다. 더 블랙을 비롯해 카드사의 VVIP카드는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카드로 유명합니다.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 또는 대기업 최고경영자 등을 대상으로 심사가 이뤄집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사용하는 카드인 만큼 신뢰도와 함께 브랜드 홍보 효과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대체 왜 내는거야?"…카드 연회비의 비밀 [슬기로운 금융생활]
◆ 연회비가 없는 카드는? `체크카드`

그렇다면 연회비가 없는 카드는 없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체크카드입니다. 사실 체크카드도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기본연회비가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역시 카드 플레이트 발급을 비롯한 부대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체크카드에 대해 연회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연회비가 면제된다`고 표현합니다.

체크카드는 왜 연회비가 면제될까요? 체크카드는 신용을 담보로 물건을 구매하는 카드가 아니라 내 계좌에서 즉시 돈이 빠져나가는 방식의 카드입니다. 발급할 때 기본적으로 신용도가 반영되지 않고, 카드소유자의 보유한 계좌 잔액 안에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비용이나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들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신용카드와 달리 연회비 없이도 체크카드는 발급이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분을 보전하기 위해 각종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있는 추세라 혜택이 많은 체크카드는 드물지만, 일부 체크카드의 경우에도 신용카드처럼 다양한 제휴처에서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탑재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 슬기로운 TIP

간혹 비싼 연회비만 내고 카드는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죠. 실제 발급만 받고 쓰지 않는 휴면카드는 약 1,200만 장에 달한다고 합니다. 휴면카드가 늘어나면 카드사의 운영비는 증가하고,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까지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카드는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겠죠.

먼저, 카드를 중도해지하면 남은 연회비는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기준이 모호해서 카드사별로 기준이 달랐는데, 표준약관이 개정되면서 신용카드를 해지하는 날을 시작으로 잔여기간 동안의 연회비를 일할 계산해 돌려주게 돼 있습니다. 연회비를 낸 시점부터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카드 역시 연회비를 부과하지 않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부당하게 빠져나간 연회비는 카드사에 환불을 요구하시면 되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대체 왜 내는거야?"…카드 연회비의 비밀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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