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임금체불 적발…조직문화 개선 시급
고용노동부가 네이버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지난 5월 숨진 네이버 노동자가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린 것과 함께 총 87억 원에 달하는 임금이 체불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용부는 특별근로감독팀을 구성해 지난 6월 9일부터 7월 23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됐다며 사건 일체를 검찰로 송치하고 과태료 부과 처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고용부는 "사망한 노동자는 직속 상사로부터 지속적으로 모욕적 언행을 겪고,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의도적으로 배제됐으며 과도한 업무 압박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같은 행위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망한 노동자를 포함한 다수의 직원들이 최고운영책임자에게 가해자의 이 같은 행위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이는 네이버가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고용부는 판단했다.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네이버 조직 전반이 직장 내 괴롭힘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조직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2.7%가 최근 6개월 동안 1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10.5%는 최근 6개월 동안 1주일에 한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반복적으로 겪었다고 답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는 설문조사 참여자 중 3.8%가 본인이 피해를 경험했고 7.5%는 동료의 피해를 보거나 들었다.

이외에도 최근 3년간 전현직 직원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총 86억 7천여만 원의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한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 12명에게 시간 외 근로를 시키는 등 기본적인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임금체불, 임산부 보호 위반 등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은 사건 일체를 검찰로 송치하고 과태료 부과 처분도 진행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특별근로감독 결과 일부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입장문을 냈다.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관련 내용은 향후 조사과정에서 성실하게 추가 소명하도록 하겠다"며 "연장근로를 신청한 경우, 해당 수당을 미지급한 경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준근로시간 초과의 경우 당사자와 조직장에게 지속적으로 알림을 주는 등 초과 근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이 과정에 다소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향후 조사 과정에서 사실에 입각하여 성실하게 소명할 예정이고, 법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당 지급 등의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노조는 "노조가 요구한 최인혁 COO에 대한 징계 수위 제고와 전 계열사 대표직에서 해임이 타당한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고용노동부에서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과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 계획 수립을 요구한 만큼 진정성 있는 개선책 마련을 위해 회사 측이 노동조합과 함께 고민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양현주기자 hjy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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