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8개 부처 중 하나인 법무부가 동물의 권리를 더 강하게 보호하기로 했다는 기사입니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1) 동물을 물건처럼 대하지 못하도록 하고, (2) 반려동물에 대한 피해배상 범위를 주인의 정신적 피해, 즉 위자료 지급까지 확대한다는 데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월 반려동물 유기범에 대한 처벌 규정을 행정질서벌인 과태료에서 형벌인 벌금형으로 강화했습니다. 동물권 보호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계기로 더 큰 시각에서 각종 권리가 어떻게 발전하고 진화해왔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해설 기사에 첨부된 그래프는 진화 과정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디지털화된 500만 권의 책에서 시민권, 여성권, 아동권, 동성애자권, 동물권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하는 비율을 그래프화한 겁니다. 출처는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제7장 권리혁명입니다. 본문만 1000쪽이 훌쩍 넘는 책이어서 학생 여러분에게 당장 읽어보라고 권하기 어렵군요. 나중에 대학생이 되면 한번 읽어보세요.
[숫자로 읽는 세상] '동물권'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을까요?
시민권은 1960년 후반을 기점으로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여성권은 시민권과 마찬가지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가 시민권 폭발과 비슷한 시기인 1970년대 초부터 폭발적으로 보호됐습니다. 500만 권의 책에서 여성권이라는 단어가 많이 검색됐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권 확보 노력과 실제 보호가 뒤따랐다는 의미입니다. 아동권은 시민권, 여성권보다 낮은 수준으로 보호되었던 것 같습니다. 1970년대 앞과 뒤가 눈에 띌 정도로 다르죠? 아동은 부모의 절대 권리 밑에 있었기 때문에 아동권을 독립적으로 보호하려는 인식이 옅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아동이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됐습니다. 자식에 대한 체벌 금지, 아동노동금지 등의 권리도 적극적으로 보호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기사와 관련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권리는 동물권입니다. 동물권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온 시기는 1990년대부터입니다. 동물권은 가장 늦게 등장한 권리 중 하나라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 개념이 정착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개고기를 육식의 하나로 인정하는 문화였고,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습니다. 권리 혁명이 낮은 단계일 때였습니다.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개줄도 목에 걸지 않고 등 쪽에 맵니다. 목에 줄을 달고 질질 끄는 행동은 학대 행위로 해석되기도 하죠. 동물권을 강화하겠다는 민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우리나라에서 동물권 개념은 한 단계 더 진화하게 됩니다.

그럼 질문을 하나 제기하면서 해설을 끝내겠습니다. 무엇이 권리혁명을 일으켰을까요? 왕과 황제로부터 시민권을 획득하기 시작한 이후 인류 문명은 어떻게 권리혁명을 향한 길을 걸어왔을까요? 그 조건들은 무엇이었을까요, 라는 질문입니다. 스티븐 핑커는 몇 가지 요인을 분석해냈습니다. 첫째 요인은 경제적 풍요입니다. 먹고 살 만해지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권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거죠. 둘째, 민주주의의 확산입니다. 폭력 대신 계약과 거래로 상호 교류하면서 서로의 권리를 인식하게 됐다는 겁니다. 교육과 인도주의 사상이 무지와 미신을 타파했다는 점도 포인트로 핑커는 거론했습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