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지식재산권 보호의 두 얼굴

지적 활동으로 발생하는
일체의 재산권이 지식재산권
특허 20년, 저작권 70년 보호

미국의 전화기 특허권은
2시간 차이에 승패 엇갈려
벨의 AT&T, 미 통신시장 지배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지식은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죠.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지식은 법령을 통해 보호받고 있습니다. 사유재산권이 확립되면서 사회와 경제가 발전했듯이 누군가의 지적 창작물을 보호해야 더 활발한 지식 활동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보통 이를 특허로 이해합니다만, 포괄적인 개념이 지식재산권(知識財産權·intellectual property right)입니다.
특허는 20년, 저작권은 70년 보호
지식재산은 ‘인간의 창조적 활동 또는 경험 등에 의하여 창출되거나 발견된 지식·정보·기술,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 영업이나 물건의 표시, 생물의 품종이나 유전자원, 그밖에 무형적인 것으로서 재산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한마디로 인간의 지적 활동으로 발생하는 일체의 재산권을 의미하죠. 지식재산권은 크게 산업 활동에서 만들어진 지적 창작물인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과 같은 산업재산권(industrial property)과 문화 예술의 창작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호하는 저작권(copyright)으로 구분됩니다. 이밖에 반도체 배치설계,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처럼 경제·사회·문화의 변화나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생겨난 지식을 따로 분류하여 ‘신지식 재산권’이라고 합니다.

지식재산권은 법령에서 보호하는 ‘존속기간’이 각각 다릅니다. 우리의 경우 특허는 등록일 기준으로 20년, 디자인도 20년까지 보호해주지만 실용적으로 조금 발전시킨 수준을 의미하는 실용신안은 10년만 보호해주죠. 삼성전자 갤럭시 등 상표권은 10년입니다만 갱신이 가능해 사실상 영구 소유가 가능합니다. 저작권의 존속기간은 70년인데 사람이 저자이면 저자의 생애기간과 사후 70년을 의미합니다.
총성 없는 전쟁, 특허권 확보
지식재산권의 역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르네상스를 선도했던 베니스에서 모직물공업 발전을 위해 1474년 제정한 특허법이 최초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앞서 피렌체의 유명 건축가가 대리석을 수송하기 위해 고안한 바지선 발명에 대해 3년 특허를 받는 등 불규칙적으로 특허가 인정되다가 베니스 공화국이 정식으로 10년 보호기간을 명문화해 법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영국은 왕실이 돈을 받고 특허권을 남발하다 의회가 1623년 전매조례(Statute of Monopolies)로 제한하며 특허를 법제화했고, 상대적으로 공업기술이 낙후된 영국은 특허제도 도입 후 기술자를 대거 데려오면서 방적기 증기기관 발명 등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었습니다.

독점적 권리를 인정받기에 특허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게 벌어집니다. ‘벨의 전쟁’으로 불리는 전화기 특허분쟁이 유명합니다. 미국인 엘리샤 그레이(1835~1901)는 금속진동판을 사용해 전선으로 신호를 보내는 장치를 발명했는데 ‘착상이 재미있지만 사용가치가 없다’는 전신분야 전문잡지의 평가를 받고 전화기 발명을 잠시 접었습니다. 이때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1847~1922)은 기술자를 고용해 1876년 전화기를 잽싸게 특허 출원했죠. 벨의 출원 소식을 듣고 놀란 그레이는 급히 서류를 작성해 특허 정지 신청을 하러 갔지만, 그레이는 벨보다 2시간 늦게 도착했고 결국 특허는 벨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특허를 기반으로 벨이 설립한 회사가 미국 통신시장을 100년 이상 지배하고 있는 AT&T입니다.

2011년 애플이 자기네 디자인을 삼성전자가 베꼈다며 소송을 제기하자 삼성전자도 애플이 자신들의 기술을 모방했다며 맞소송에 나서며 빚어진 스마트폰 특허소송도 유명하죠. 7년 만인 2018년 6월 두 기업은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는데 삼성이 일부 배상하는 조건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달 11일에는 713일 끌었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SK 측이 2조원을 배상키로 하면서 마침표를 찍었죠.

지식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권리를 나쁘게 활용하는 사례도 등장했습니다. ‘특허괴물(patent troll)’은 개인이나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사들인 뒤 특허료를 받거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기업입니다. 특허기술을 활용해 인류에 도움이 될 만한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분쟁 자체를 돈벌이로 삼는 것입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2005년 200만 건을 밑돌던 세계 지식재산권 분쟁 건수는 2019년 322만4000여 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반면, 1955년 전 세계 아이들이 소아마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백신을 개발한 미국의 의학자 조너스 소크는 제약사들의 특허 양도 제안을 거부하며 무료로 제조기술을 풀었습니다. 소크는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Could you patent the Sun?)”라고 말했답니다. 특허를 주장했다면 지금 가치로 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말입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① 1980년대 한국과 2000년 이후 중국이 지식재산권 침해가 많은 대표적 국가로 지적되는데, 이는 개인 권리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아시아적 가치 때문으로 볼 수 있을까.

②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특허 출원 건수는 지난해 세계 1위인데, 지식재산권 강국의 지위를 확고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③ 저작권 침해 관련 소송을 당한 고교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1회에 한해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기로 규범화한 ‘청소년 저작권 침해 고소사건 각하제도’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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