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종합판 LH 사태…제식구 감싸기·일감 몰아주기 정황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은 특유의 조직 문화에서 비롯된 예고된 인재라는 말이 나온다.

LH는 1990년대 한국토지공사(토공)가 주택건설 사업에 참여하면서 대한주택공사(주공)와 업무가 중복되자 두 회사를 통합 설립한 법인이다. 현재 LH 직원 수는 9천800여명으로, 1인당 평균 보수(공기업 경영평가 성과급 제외)는 2019년 기준으로 약 6천890만원이다.

이들은 택지·도시 개발부터 주택 분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해 부동산 관련 지식이 풍부할 수밖에 없다. 사내 메신저를 통해 `회사에서 잘려도 땅 수익이 평생 월급보다 많다`고 말해 구설에 오른 LH 한 여직원도 입사한 지 불과 6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LH에는 일종의 `투자클럽`도 있다는 퇴직 직원의 전언이다. 이번 광명 시흥지구 땅 외에도 다양한 부동산 투자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LH에서 개발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부서는 신도시 후보지를 결정하거나 개발을 추진하는 `신도시 사업부` 정도로, 해당 부서 직원들은 미공개 개발 정보를 보려면 시스템에 접속할 때마다 접속 기록이 남고 지정 외 컴퓨터에서 자료를 출력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투기를 막는 안전장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휴대전화로 화면만 찍어도 정보를 쉽게 빼돌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고양 삼송·원흥지구 개발도면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LH는 경찰이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당시 LH는 계약직이었던 해당 직원과 계약을 해지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LH 남양주사업단에서 토지 보상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은 한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29차례에 걸쳐 약 280만원을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가 국무조정실에 적발돼 지난해 6월 파면됐다. 이 역시 LH는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언석 의원(국민의힘)은 LH가 퇴직자들이 대표나 임원으로 있는 기업에 전관예우 차원에서 수백억 원대의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LH에서 수의계약을 따낸 건축사사무소 상위 20개사(수주액 기준) 가운데 11개사가 LH 출신이 대표로 있거나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LH가 체결한 2천252억원 규모의 수의계약 중 이들 11개 사업체가 체결한 수의계약 금액이 전체의 42.1%(948억8천531만원)에 달했다.

택지를 조성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 분양하는 것뿐 아니라 임대아파트를 매입해 관리하는 LH의 구조를 이용, LH 직원들은 퇴직 후 LH 관련 업무의 중간 `브로커` 역할을 하며 수수료를 챙긴다는 지적이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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