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당부에 출범…법원 "형량 정하는 데 반영" 시사
특검은 강하게 반발…실제 형량에 큰 영향 줄지 미지수
논란의 삼성 준법감시위…이재용 형량에 영향 미칠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30일 마무리된 가운데 재판 과정에서 논란을 낳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이 양형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의 당부에 따라 설치됐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삼성그룹이 다시 같은 유형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며 이 부회장에게 3가지를 당부했다.

3가지 당부 사항은 ▲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과감한 혁신 ▲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 재벌 체제의 폐해 시정 등이었다.

재판부는 3회 공판에서도 `정치권력으로부터 다시 뇌물을 요구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을 가져오라고 했다.

이 같은 주문에 따라 삼성은 올해 1월 준법감시위를 출범시켰고, 재판부는 준법감시위가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는지를 살펴 이 부회장의 형을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각종 형사재판에서 이른바 '치료적 사법'을 접목해 주목을 받아온 만큼 법조계에서는 준법감시위가 실제 양형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치료적 사법이란 법원이 사건의 유무죄 판단을 내리고 처벌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치유 역할도 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논란의 삼성 준법감시위…이재용 형량에 영향 미칠까
다만 준법감시위를 근거로 이 부회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면 재판부로서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실제 형량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특히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준법감시위가 양형에 반영되는 게 부당하다며 재판부 기피를 신청하는 등 강하게 성토해왔다.

이 때문에 10개월가량 재판이 지연되기도 했다.

특검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도 준법감시위 출범과 파기환송심 재판 진행을 두고 '봐주기 판결'이라고 잇따라 비판했다.

특검의 반발과 시민사회의 비판이 아니더라도 준법감시위의 진정성 있는 운영만으로 이 부회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준법감시위 출범은 '진지한 반성'으로 인정돼 양형에 유리한 조건으로 반영될 수 있는데, 이는 이 부회장의 형량을 정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부회장의 주된 혐의 중 하나는 횡령죄인데, 횡령죄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진지한 반성은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반인자'에 해당한다.

양형에 '특별인자'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과 달리 일반인자는 형량을 큰 폭으로 낮추는 역할을 하기 어렵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판단한 뇌물 액수는 약 86억여원으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던 1심이 인정한 89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파기환송 전 항소심에서 약 36억여원을 유죄로 본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어난 액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