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버스
-국내에선 1970년대 고속버스로 쓰여


올해는 경부고속도로 개통 50주년이 되는 해다. 1970년, 국토를 관통하는 대동맥이 뚫리면서 운송뿐만 아니라 여행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국내 고속버스가 본격화를 맞이한 배경이다. 그러나 한국은 400㎞ 거리를 달릴 만한 내구성 높은 버스를 개발할 기술이 부족했다. 국산차 제조사들은 라이센스 생산을 통해 버스 제품군을 확보하게 됐다. 이 가운데 포드 R226을 만들어 팔던 현대자동차는 그 후속 제품으로 메르세데스-벤츠 O302를 선택했다.

이 버스를 아시나요?③-벤츠 O302

O302는 1965년 5월 독일에서 O321 후속 제품으로 출시됐다. 앞서 벤츠는 1950~1960년대 서독 경제가 호황을 맞자 여행 수요 증가를 내다봤다. 그리고 O321보다 편하고 안전한 진보된 형태의 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시기엔 금형 기술도 한창 발전하던 시기였다. 곡면 위주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차체는 예전보다 예리하고 세련된 형태를 가질 수 있게 됐다. O302는 이런 시대적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O302의 디자인은 독일 특유의 기능 중심 철학인 바우하우스를 철저히 반영했다. 특히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유선형 차체는 박스형으로 탈바꿈하고 높이를 키웠다. 현대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램프류도 사각형으로 만들었다. 한편으론 크롬 도금 창틀, 두툼한 범퍼 등 기존 제품의 특징을 살려 정체성을 유지했다.

이 버스를 아시나요?③-벤츠 O302

O302는 세계 버스 역사 가운데서도 기념비적인 제품이다. 특히 동력계 분야에서 여러 혁신을 이뤘다. 출시 당시 트럭에만 쓰이던 직분사 디젤 엔진을 버스 최초로 탑재했으며 1969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선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버스로 변신하기도 했다. OE302의 이름표를 붙인 이 차는 보쉬가 만든 최고 150㎾(205마력)의 구동 모터와 발전을 위한 65마력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전력은 독일 배터리 제조사 '바르타'가 공급한 91㎾h 용량의 배터리에 담았다. 189개의 셀을 5개의 블록에 나눠 담은 구성이었다. 그러나 배터리 무게만 3.5t에 이르는데다가 주행가능거리가 50㎞에 불과해 상용화에 성공하진 못했다.

이 버스를 아시나요?③-벤츠 O302

이 버스를 아시나요?③-벤츠 O302

O302의 차체는 길이에 따라 10R(9.6m), 11R(10.1m), 12R(10.9m)의 세 가지를 제공했다. 차체 뒤편에 탑재한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의 배기량은 각각 5.7ℓ(OM352), 8.0ℓ(OM327), 8.7ℓ(OM360)였다. 최고속도는 86㎞/h를 찍었다.

벤츠는 1967년, O302가 성공 조짐을 보이자 차체를 11.9m까지 늘린 13R 버전을 선보였다. 엔진은 커진 차체를 감당하기 위해 기존보다 큰 11.6ℓ(OM355)급으로 변경했다. 섀시는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한 점이 특징이다. 승차감이 뛰어나 '벤츠 버스는 고급 버스'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O302는 1969년 현대차를 통해 국내에 상륙했다. 처음엔 현대차가 완제품을 들여왔었지만 정부의 완성차 버스 수입 금지 및 국산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1972년부터 라이센스 생산하게 됐다. 한국에서 '벤즈버스'로 불린 O302는 당시 차 가격이 비싼데다가 에어컨 등의 편의품목을 적용해 다른 버스에 비해 요금이 비쌌다. 또한, 변변한 터미널이 없어 서울 운동장(現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대전역, 대구 동인동로터리, 부산역 등을 거점 삼아 운행했다.


이 버스를 아시나요?③-벤츠 O302

O302는 독일, 한국 외에도 이란, 그리스, 터키,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되며 글로벌 공급을 확대했다. 미국 수출형의 경우 현지에서 유행하던 스테인리스 패널을 덧대기도 했다. 1974년 서독 월드컵이 열리자 의전용으로 채택돼 명성을 알리기도 했다. 각 참가국의 국기 모양으로 칠한 의전차들의 외관은 그때 월드컵을 추억하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버스를 아시나요?③-벤츠 O302

O302는 1976년까지의 글로벌에서 3만2,281대(섀시 1만7,329대 포함)가 출고돼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버스로 기록됐으며, 이후 O303에게 바통을 넘겼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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