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t 대형 트럭 다루는 여성 트럭커 이나현
-상용차에 대한 편견 지우기 위해 노력


트럭 운전자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있다. 아무래도 차체가 큰 차를 운전하는 만큼 체구가 큰 남성 운전자가 운전대를 쥐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라든지, 거칠고 터프한 운전 습관을 가졌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하지만 여성 트럭커 이나현씨는 앞서 말한 고정관념은 전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트럭커의 세계는 생각보다 따뜻하고 배려심 가득하며 운전도 험하지 않다는 것. 이와 함께 남성 트럭커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여성 트럭커의 매력을 드러내며 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 27살 젊은 여성 트럭커는 오늘도 희망을 안고 트럭에 올라타 길을 나선다.
[人터뷰]27살 여성이 대한민국 트럭커로 산다는 것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아담한 체형의 옛된 모습이 가득했다. 거대한 트럭을 몰기보다는 캠퍼스를 걸으며 친구들과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러 다닐 것 같다는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그만큼 남들과는 다른 이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이 씨는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라며 허심탄회하게 답했다. 그녀는 "많고 많은 직업 중에 왜 하필 트럭을 운전하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가장 큰 이유는 가만히 앉아 있는 사무직이 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전 일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녀는 다이캐스트를 수집하고 게임도 운전 게임만 한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차와 함께했기에 지금도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것.

시작이 트럭커는 아니었다. 렌터카 배차를 담당하는 일도 해봤고 지난해에는 마을버스를 운전하며 큰 차에 대한 감각도 익혔다. 현재는 물류업체 소속 기사로 대형 화물차를 몰고 있다. 그녀는 처음 트럭커가 된다고 했을 때 가족을 비롯한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운전 초기에는 마을버스보다 크고 긴 차를 운전하는 게 부담이 많이 됐다"며 "1~2주는 적응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한두 달 하다 보니 노하우가 쌓이고 지금은 오히려 버스보다 더 다루기 쉽다"고 말했다.
[人터뷰]27살 여성이 대한민국 트럭커로 산다는 것

사실 그녀에게 운전 부담이 컸던 경험은 마을버스다. 사람이 탑승하는 만큼 신중함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특히 퇴근길에는 서 있는 탑승자도 있어 더욱 세심한 운전이 필요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브레이크 잘못 밟으면 서 있는 사람의 몸이 흔들려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늘 명심했다"고 전했다. 이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오래 하지는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와 달리 "트럭은 물건을 나르는 만큼 부담이 덜하고 혼자 일하기 때문에 방해하는 사람도 없어 한결 수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좋고 운전하는 게 즐겁다면 상용차 대신 승용차를 모는 직업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그녀는 승용차의 경우 대부분 단기 아르바이트 수준의 운전이 많아 확실한 직업인 상용차 운전직으로 시선을 돌렸다고 답했다. 현재 국내 트럭커 가운데 남녀 비율은 100명 중에 90명이 남성이고 여성 트럭커는 10%도 안 된다. 그나마 여성 트럭커의 대부분도 중장년층이 많다. 한 마디로 이 씨가 젊은 여성 트럭커로 주목받는 인물인 셈이다.

여성 트럭커로 불편한 점을 묻자 화장실을 1순위로 들었다. 물건 상하차 중에는 대기 시간이 긴 편인데 여자 화장실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 적지 않다는 것. 그녀는 앞으로 여성 진출이 늘어날텐데 이런 부분은 점차 해결돼야 할 보편적인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반면 장점을 얘기하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다. 그는 "많은 트럭커 선배들이 호기심을 갖고 도와주려 한다"며 "쉽지 않은 길을 가는 것에 대해 응원해주고 배려도 많이 받고 있어 아직까지 차별을 느껴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人터뷰]27살 여성이 대한민국 트럭커로 산다는 것

이 씨가 운행하는 차종은 타타대우 프리마 14t 윙바디 하이톱 버전이다. 길이는 대략 12~13m에 이르는 대형이며, 직렬 6기통 1만1,000㏄ 엔진을 탑재해 최고 420마력, 최대 193.0㎏·m의 토크를 발휘한다. 그는 "힘이 부족하지 않고 승차감도 기대 이상으로 좋아 운전하기 편하다"며 "안전 보조 기능의 작동이 다소 민감한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가성비는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회사 소속으로 고정 물량을 인천에서 탑재해 경기도 오산의 물류센터로 옮기는 일을 한다. 저녁 8시 출근하면 새벽 3시~4시에 정점을 찍고 이후 오산에서 다시 물건을 실어 인천으로 복귀하면 새벽 5시 정도가 된다. 하루 왕복 160~170㎞ 정도로 트럭커로선 이동거리가 적은 편이다. 그래서 장거리 운송에 대한 질문을 꺼냈다. 그는 항만 사이를 이동하는 장거리 트럭커도 많지만 아직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타격이 운송업계에도 전달돼 단가가 많이 떨어지고 글로벌 수출입은 물론 국내 수요까지 줄었다는 게 이유다. 특히 개인사업자들은 코로나 여파로 상당히 많은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건설 경기 침체와 함께 물동량 감소까지 겪고 있어 트럭커들이 힘든 시기를 버티는 중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人터뷰]27살 여성이 대한민국 트럭커로 산다는 것

분위기를 바꿔 트럭커로 일하면서 특별한 순간을 물어봤다. 그녀는 에피소드보다 아찔한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승용차 운전자들이 큰 차들 무서워하는데 반대로 트럭커들은 승용차를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바로 앞에서 급정거를 하거나 사각지대 사이로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면 무척 놀라고 당황하게 된다"며 "하루에 한 두번은 아찔한 순간을 마주한다"고 답했다. 물론 요즘 트럭은 안전 기능이 대거 탑재돼 있지만 톨게이트 부근이나 분기점 등에서는 돌발 변수가 많아 항상 집중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직업에 대한 보람과 목표는 거창하지 않았다. 일을 나가고 마치는 순간까지 사고 없이 잘 도착한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고... 또 나이가 들어서도 오랜 시간 트럭커를 한다면 내 차를 사서 개인사업자로 일하고 싶은 포부도 드러냈다. 트레일러 및 덤프보다 현재 운전에 익숙한 윙바디 또는 카고를 선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人터뷰]27살 여성이 대한민국 트럭커로 산다는 것

그녀는 "꾸준히 별 탈 없이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여성 트럭커만의 고충이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는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트럭커의 미래가 불투명할 것 같다"며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당장의 미래는 아니지만 지금의 기술로 보면 먼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내가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항상 겸손하게 운전대를 잡고 길에 나선다"고 말했다. 또 "젊은 여성 트럭커라는 직업에 대해 남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며 "현재 내 일이 좋고 만족해 오랜 시간 트럭과 함께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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