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대리 줄서기 사업은 허용되어야 할까?
명품 브랜드의 한정판 제품을 사기 위해 또는 유명한 강사의 수업을 듣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하는 경우가 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한 번의 기회에 도전하는 정직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추가로 돈을 지불하고 대리 줄서기를 이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작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주에서는 차량국에서 면허증 발급 등을 받기 위해 업체나 개인 등이 수수료를 받고 대리 예약이나 줄서는 것을 막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상원 교통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과연 대리 줄서기는 불법일까? 도덕적으로 비난 받아야 할까?

마이클 샌델은 그의 저서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대리 줄서기를 비롯해 재화를 분배하는 기타 비시장적인 방식이 시장논리로 대체되는 경향은 현대 생활에 깊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그러한 현상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책에 의하면 2010년 여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셰익스피어 무료공연 입장권을 얻기 위해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줄을 서주는 라인스탠더(line standers)가 등장했다. 심지어 그 이후에 대리 줄서기 전문 기업까지 등장하면서 도덕적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대리 줄서기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대리 줄서기 사업이 자유 시장 경제체제에서 가능한 하나의 정직한 직업이라고 주장한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원하는 재화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리 줄서기는 재화를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돈을 지불한 사람과 돈을 받고 대리로 줄을 선 사람 모두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이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를 만족시키기 때문에 집단의 행복과 사회적 효용을 향상시킨다. 반면에 대리 줄서기에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찮다. 앞서 언급한 뉴욕에서 열린 셰익스피어 무료공연이 좋은 예시이다. 이 공연의 본래 취지는 모든 계층의 시민들이 무료로 훌륭한 극장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지만, 라인스탠더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 더불어 라인스탠더를 고용할 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입장권을 얻기가 더욱 불리해지는 불공정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대리 줄서기와 같은 도덕적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생각해보자.

김재현 생글기자(가원중 3년) jenny22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