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대면계좌 수수료 무료` 언제적 이야기냐…금감원 또 뒷북
"증권사 비대면계좌 수수료 무료 광고가 언제적 이야긴데, 이제 와서 개선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비대면 계좌 개설 광고의 `거래 수수료 무료`가 실제와 다를 수 있다며 경고했다. 비대면 계좌 개설 광고에 `거래수수료 무료`라고 표시하고 유관기관제비용 명목으로 일정 비용이 별도로 부과한 게 문제란 것이다.

금감원은 실제 거래 비용이 0원이 아니면 광고상 무료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개선하고 매매와 관련 없으면 비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6월부터 말까지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22개 증권사를 점검한 결과인데,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비용 부담을 낮춘다는 점에서 환영 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참 뒷북이란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개인 투자자 주식 거래 계좌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증권사의 비대면계좌 거래 수수료 무료 광고가 도배가 됐다"며 "때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비대면계좌는 지난 2016년 2월 허용된 이후 과도한 경쟁으로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올랐다. 비대면 계좌는 증권사, 은행 영업점 방문 없이 인터넷과 모바일앱 등을 통해 개설 가능한 주식거래 계좌를 말하는데, 증권사들은 앞다퉈 `수수료 무료`를 앞세워 유지 경쟁을 했다.

전체 계좌에서 비대면계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6년 말 1.5%에서 지난해 6월 기준 14%로 크게 증가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장세로 주식 투자가 처음인 투자자들의 유입으로 거래 계좌가 폭발적으로 늘어 사상 처음은 3,000만개를 넘어선 만큼, 그 비중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서만 "온라인 국내 주식 위탁 수수료 평생~무료" "비대면 계좌 신규 개설 시 국내 주식 위탁 수수료 10년 무료에 최대 5만원 현금 지급" "2020년 투자 습관 만들기" 등 이벤트도 다양하다. 여기서 금감원이 문제 삼았단 `유관기관제비용 제외` 문구의 크기는 `거래 수수료 무료`와 비교하면 찾기 힘들 정도로 미미하다.

꼼수 정보에 현혹돼 피해를 입는 경우가 늘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금감원 라임펀드와 독일DLS 사태로 금융과 자본시장 관리자와 파수꾼 보다는 뒷수습에 급급한 조직으로 비쳐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발 늦은 비대면계좌 점검과 그 결과 발표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현장에서 이미 만연한 내용인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여러 금융사고로 금감원 대책이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이 많았는데,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먼저 움직이는 게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소비자의 사전, 사후적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금융소비자보호처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건데, `뒷북`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아니면 보여주기에 그칠지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이민재기자 tobemj@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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