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방 기대감…북중 접경도시 `들썩`
북중 접경의 서쪽 끝이자 압록강 하구인 랴오닝성 단둥(丹東), 압록강 중류인 내륙의 지린성 지안(集安), 두만강 상류인 지린성 투먼(圖們), 접경의 동쪽끝이자 두만강 하구인 지린성 훈춘(琿春) 등 북중 교역 거점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통상시설 등급도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간 대화 진전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완화가 선순환 궤도에 오르고 북중간 경제협력 합의가 이뤄질 경우, 즉시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통상구(口岸·커우안)를 정비·승격하고 개발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항만과 철도, 도로를 모두 갖춰 북중 교역 물량의 70~80%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둥은 중국이 지난 9월 명시적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의 연계계획을 밝힌 곳이다.
중국 랴오닝성 정부는 당시 북한-한국-일본-몽골을 아우르는 `동북아 경제 회랑`을 조성해 이 지역을 `공동 운명체`로 묶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단둥-평양-서울-부산 간 철도와 도로, 통신망을 연결하고, 단둥 지역에서는 특구(特區) 조성과 황금평·호시(互市) 무역구 활용 등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4년 완공 후 미개통 상태인 단둥-신의주간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위해 중국 측이 북한측 연결도로 정비에 6억 위안(약 1천억원) 지원을 제안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중국은 러시아,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두만강 하구의 훈춘에서 북중 교역을 담당하는 사퉈쯔(沙토子) 육로 통상구를 지난달 국가급(1급)으로 승격했다.
중국에서 `커우안`으로 불리는 통상구는 세관과 시장의 기능을 겸하는 국경 통로구역을 지칭하는 것으로, 국가급(1급)과 성(省)급(2급)으로 구분된다.
훈춘시에서 11km 정도 떨어져 있는 사퉈쯔는 강 건너 북한의 함경북도 경원군 통상구와 연결된 곳으로, 화물처리능력은 연간 10만t 정도로 평가된다.
지린성 정부가 "통상구가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1930년대 지어진 북중간 교량을 새롭게 건설하는 방안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훈춘 부근의 투먼(圖們)에서는 투먼과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구를 잇는 국경다리가 건설 중이다. 압록강 중류 내륙인 지안에서도 준비작업이 활발하다. 중국 정부는 이번 달 지안의 대북 육로(도로)통상구를 국가급으로 승격했다.
지린성 상무청은 "지안 통상구가 북중 국경 가운데 부지면적과 건설 규모 면에서 최대이고 통관 속도 면에서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면서 "(북한 등) 남쪽 개방에 중요한 창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접경지역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러시아, 중국, 몽골을 잇는 경제 회랑에 (지안을 고리로) 한반도를 연계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면서 "지안 통상구에 내륙항을 형성해 북한과의 물동량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지안-퉁화(通化)간 고속도로 등을 이용해 지린성의 화물을 지안에 모아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려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2013년 본체 완공 후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아직 미개통 상태인 지안-만포간 대교의 개통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이 소식통은 평가했다.
왕성(王生) 지린대 행정학원 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서 "중국이 (서쪽 진출이 기본인) 일대일로를 동쪽으로도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일본·한국의 자본·기술 및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중이(殷仲義) 중국 해남 개혁발전연구원 원장고문은 또 다른 좌담회에서 "북한이 경제발전에 매진하면 북한의 소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북한의) 질 좋은 대규모 노동력이 중국 동북지역에 일자리를 찾아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내년 북중 수교 70주년을 앞두고 양측이 우호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내년 북중 경제 협력 및 교류 확대를 주목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다만 북한의 대외개방과 북중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려면 북미간 핵 담판 진전과 미국과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가 필수적인 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매우 높고도 많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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