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아시아는 26개국 130여개의 도시를 취항하는 아시아 최대의 저비용항공사다. 하지만 2001년만 해도 단 2개의 항공기, 만년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일 뿐이었다. 이처럼 빚더미에 앉았던 항공사를 우리돈 300원에 인수해 지금의 에어아시아를 만든 게 바로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그룹 회장이다. 자서전 `플라잉 하이` 출간에 맞춰 14일 방한한 그를 기자가 만났다.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LCC가 없다"며 항공시장을 개방할 것을 제안했다. 저비용 항공사라고 할 만한 곳은 제주항공 뿐이라며,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사실상 `풀서비스`를 제공하려해 요금이 비합리적이라는 거다. 또한 LCC의 성장세가 가파른데도 불구하고 한국이 이 거대한 시장을 놓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내 항공시장이 개방되면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유치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란 주장이다.
에어아시아 회장 "거대한 시장 놓치고 있는 한국, LCC 뒤집고 싶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Q 1. 조만간 망할 거라던 에어아시아를 일으켜 세웠다. 모든 부채를 갚고 흑자전환까지 시켰는데,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다.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었는데 시도하게 됐던 이유는?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그룹 회장>

어릴적부터 비행기를 좋아했고 비행기 2대 있는 항공사를 매입해 사업을 시작한 건 저비용항공이라는 아이디어가 좋아서다. 신제품이 있는데 이걸 사람들이 좋아할까와는 달리 비용을 적게 들이고도 해외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이용하고 싶어할거라 생각했다. 당시에는 말레이시아인 중 6%만이 비행기를 타봤을 정도다. 즉 94%의 말레이시아인들은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당시 내 나이가 35~36살로 비교적 젊었다. 쉰 중반이 되서 `그때 항공사업을 했었더라면…` 하면서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사업을 하려고 했나 싶긴한다. 동화같은 이야기다.

Q2. 박지성을 영입해 광고에 활용하거나 평소 대외적인 홍보보다 내부 직원을 통한 대외 홍보 등의 독특한 방법의 마케팅을 주창하는 등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른 방법이 재미있다. 에어아시아만의 독특한 마케팅 방법에 대해 소개 부탁드리며,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그룹 회장>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브랜딩 자체가 내부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외부 광고대행사에 요청해서 광고를 만들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우리의 브랜드를 외부에 알릴때 직원들만큼 우리에 대해 알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외부에서 영입해오는 배우나 외부인사들은 우리와 같은 열정을 갖고 있지 않을거라 생각해서 내부 직원을 통해 마케팅을 했다.

두번째는 많은 한국 기업들 보면 보스가 직원들에 대해 이해를 잘 못하고 있다. 직원들 누가있는지도 모른다. 난 개인적으로 직원들 대부분 알고 있다. 그렇다보니 난 우리 직원들 중에 재능꾼이 많다는 걸 파악했다. 캐빈크루 홍보부서에도 춤 잘추고 끼 많은 사람 많다는 걸 확인했고, 재능도 있어서 캠페인에 내부 직원을 적극 내세웠다.

기억에 남는 독특한 마케팅은 논란의 중심이 됐던 캠페인이다. 싱가폴 항공에는 싱가폴 에어라인 걸이 있는데 광고캠페인은 `마을에 새로운 여자가 나타났다. 재미는 2배! 가격은 절반!`이란 내용이다. 싱가폴 걸들은 삼성 공장에서 찍어낸것 처럼 얼굴과 머리가 똑같다. 우리는 우리 직원들이 갖고있는 개성을 내세웠다. `비행기는 10개에 불과했지만 두렵지 않다. 세계에 도전장을 내겠다!`며 열정을 보여준거다.

Q3. 평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지?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그룹 회장>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돈이 있어도 좋은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오늘 행사도 심지어 브리핑도 못받고 왔다. 사실 직원들이 자료 보내줬지만 읽지 않았다. 직원들이 알아서 잘 해줬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저의 취향과 제가 뭘 필요로 하는지를 알거라는 전적인 신뢰가 있었다. 오늘 무턱대고 나타난 이유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사의 결정을 직원들이 실천하는 거라고 보는데, 팀의 수준이 바로 기업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기여를 하고 주체성 갖고 있어야 한다. 에어아시아는 그렇다. 얼마 전에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우리 사무실에 와서 연수 받았는데 저 조차도 몰랐던 내용이다. 그만큼 직원들은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걸 실천하고 있는 거고, 그 안에는 `제가 오케이`할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가능 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중요한 만큼 내 역할은 에어아시아의 잠재력 끌어주는거다. 원석인 직원을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주는게 내 역할인거다. 직원들에게 원하는 건 모든 이룰 수 있다고 모든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우리 회사에는 가방 들어주던 친구가 캡틴이 되기도 하고, 체크인을 돕던 직원이 지금은 CEO가 됐다. 미스 자카르타가 홍보를 담당하기도 한다. 이 기업을 인수했을때는 여성 기장이 한 명도 없었지만, 지금은 여성 기장 비중이 제일 높은 항공사다.

Q4. 한국에서 매우 제한적인 노선만 운영 중인데,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베트남이나 태국 등 타 노선을 확대할 계획은 없는지? 한국 시장에서의 향후 계획은?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그룹 회장>

물론 저희가 방콕과 마닐라부터 부산 제주로 오는 노선 있지만 노선을 더 확대하고 싶다. 방콕-부산 직항 노선이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자리가 나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국내 항공사에게만 여력이 있다. 심지어서울-부산간 직항은 15분에 한대씩 있다. 우리에게도 기회가 오면 좋겠다. 더 많은 출발지에서 한국을 오고 또 동남아를 갈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가 운영하는 에어아시아 재팬을 통해선 나고야-서울 노선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른 분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난 대구 노선이 좋다고 본다. 이를 확대하고 싶다. 물론 필리핀쪽 노선도 확대 하고 싶다.

Q 5. 현재 한국에 6개의 LCC가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다. 한국 LCC 숫자가 시장 규모 대비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그룹 회장>

진정한 의미의 LCC가 한국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서울 이외 지역인 대구, 부산, 제주 등에 오고 싶어하는 관광객이 많은데 여전히 운임료가 비싸서 여행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저희가 제주로의 첫 해외 직항노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엔 제주항공 외엔 진정한 의미의 LCC가 없어서 오히려 그런 LCC 하나 더 도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는 일본항공(JAL) 전일본항공(ANA)과 같은 강력한 항공사가 있음에도 우리에게 허가를 내줬다. 덕분에 나고야에서 좋은 기회를 잡았다. 한국에서도 역시 그와 비슷한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경쟁이 있다면 한국에도 이로울 거라고 본다. 하지만 이 역시 한국 정부의 손에 달렸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지에는 항공기 대수가 어마어마한다. 이들과 비교하면 일본과 한국 시장은 LCC라는 거대한 시장을 놓치고 있다고 본다. LCC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관광객 유치를 제대로 못하는 걸 넘어서서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타격이 크다고 본다. 어제도 동남아 등지에 진출하고 싶은 소규모 화장품 업체를 만나 협의를 했다. 이들은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확대하고 싶고 브랜드를 알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화물 비용이 비싸고 물류 이해도가 떨어져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LCC는 사람들에게 여행의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에게 비즈니스 기회를 높여주고 저비용으로 화물과 물류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한다. 즉 연결성 측면에서도 LCC가 필요한 이유다.

또한 한국을 아무리 영화나 드라마로 접해도 직접와서 문화를 접하고 알기 전에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동남아 사람들도 한국에 직접 오고, 한국도 동남아로 올 때 저비용으로 여행할 수 있다면 세상을 더 작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도널드 트럼프대통령이 에어아시아를 열심히 활용했다면 지금 세상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세상은 이미 한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K팝부터 K뷰티, 삼성, 현대에 이르기까지…그렇다면 한국도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외부에 기회를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베트남에 갔더니 신한은행까지 들어가 있던데 저희같은 외항사에게도 똑같은 기회가 주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Q 6. 에어아시아는 아시아 최대의 저비용항공사다. 목표를 이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의 계획은?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그룹 회장>

대한항공 인수를 첫번째로 꼽겠다.(하하하) 우선, 에어아시아 스토리를 계속 이어가겠다. 여기에 언제까지 있을지, 그 여정이 언젠간 끝나겠지만 많은 CEO가 물러날 때를 모르고 오래 머무르는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언젠간 세대교체가 이뤄질거라 생각한다. 그 끝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은퇴이후에 꿈으로 갖고 있는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저비용 병원 운영이다. 내가 어머니 얘기를 많이 하지만 사실 아버지가 굉장히 훌륭하신 분이다. 모든 사람이 질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이다. 사실 정부가 모든 사람의 건강을 돌볼 수 없다. 아시아는 유럽에 비해 평균 연령대가 낮다. 하지만 고령화시대로 빠르게 돌입하고 있는데 그땐 문제가 될 거라고 본다. 현재 민간의료는 너무 비싸고 중간 지점이 없는게 문제다. 의료보건과 한국이 그런부분에서 닮았다고 본다. 저비용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기회가 많다고 본다. 수술을 하다가 돈이 없어서 중단한다든지 처방약의 절반만 주는게 아니라 어딘가에 집중하고 선택해서 비용을 절감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항공사도 비슷한 예다.

병원들이 지금은 많은 걸 한꺼번에 하려니 효율적인 운영을 못하는 거다. 1년에 한 번 쓰는 기계를 두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환자 80%가 20%의 공통된 질병을 앓고 있단 것에 착안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질병에만 집중해서 비용 절감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교육 분야를 꼽을 수 있다. 지금도 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민간학교고 장학금도 많이 주고 있지만) 이 외에 영상 기술 인터넷 보급을 통한 ICT기술을 활용해 교육을 현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본다. 의료부문과 교육에 있어서 공백 메우는 게 남은 여생동안 이뤄야 할 두가지다. 마지막으로 하나를 더 꼽자면 대한항공 인수다(하하하)

Q7. 대한항공 인수, 세대교체를 할만한 CEO가 나타나면 에어아시아에서 퇴임할 걸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퇴임 전 에어아시아에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그룹 회장>

첫번째는 합리적인 비행을 모든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에어아시아 인수때부터 꿈꾼 것이다. 두번째는 모든사람에게 좋은 일터를 주는거다. 배경, 학벌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곳으로 만드는 거다. 세번째는 코카콜라만큼 세계적으로 알려진 브랜드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목표는 진행중인데 아직 거기까진 못간 것 같다.

그 다음단계를 꼽자면 아시아를 연결하는 단일항공사를 만드는거다. 에어아시아는 현재 여러 아시아 국가에 나가있지만 지금처럼 조인트벤처 형태(특정 지역의 노선을 한 회사처럼 공동 운영하는 수준의 협력 형태)로 설립하는게 아니라 100% 우리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단일항공사를 만들어서 중국이나 인도와 견줄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고 싶다. 여러 취항지로 확대하고 이를 통해 연결성이 확대되는 것이 목표다.

또 소도시 연결을 확대하는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대구 부산 등의 도시까지 연결해서 지금처럼 에어아시아를 타고 각 국의 소도시를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디지털화다. 에어아시아가 갖고 있는 많은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이면 정말 여러가지 비즈니스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언젠가는 에어아시아가 단순히 항공사가 아닌 기술기업으로서 인식되길 바란다.

신선미기자 ss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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