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업계, 촘촘히 구축된 생태계 강점 지목
-JEC그룹 피에르장 대표, 복합소재 분야 성장 돋보여


"복합소재는 자동차 분야에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혁신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할 필요가 있다면 복합 소재를 통한 접근이 새로운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人터뷰]"자동차, 소재 변화 없이 미래 없다"

에릭 삐에르쟝 JEC 그룹 대표이사(사진)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낯선 인물이다. 하지만 프랑스 복합 소재 분야에선 매우 익숙한 이름이다. 그래서 한국차도 지금보다 적극적인 복합소재 분야의 협업을 제안한다. 동시에 재료역학 분야 기술이 발전할수록 자동차를 포함한 제조업이 기존에 극복하기 어려웠던 장애물을 넘기 쉬워진다고 말한다. 이전까지 탄소섬유 등 복합 소재가 경량화에 기여하는 솔루션으로 자리 잡았다면 이제는 수소차 등 미래 친환경차의 도래를 이끄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복합 소재가 자리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16일 서울 코엑스 복합소재 전시장에서 만난 피에르장 대표는 시종일관 한국 내 소재 기업들의 발전을 위해선 해외 진출이 적극 필요할 때라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한국에서 JEC를 개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10여년 전 싱가포르에서 JEC 아시아를 시작했다. 아시아의 복합 소재 성장 가능성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은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복합소재 시장의 강점이 두드러진다. 특히 한국은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다. JEC 아시아를 서울에서 열게 된 강력한 이유다"

-복합소재 시장에서 자동차 분야의 지위는
"자동차 분야에서 복합소재는 아직까지 완전히 무르익지 않았다, 항공 분야를 예로 들면 상업용 항공기 본체의 50% 이상이 복합소재로 만들어졌다. 자동차 역시 (이 정도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복합소재는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분야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분야다. 복합소재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차체를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구성과 내충격성, 탄력성이 좋은 스프링을 복합소재로 만들어 스테빌라이저 성능을 높이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또 쉐보레의 대표 스포츠카 콜벳에도 복합소재가 곧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경량화, 방청(부식이 덜되게 하는 것), 내충격성 등을 위해 복합소재 사용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배경이다"
[人터뷰]"자동차, 소재 변화 없이 미래 없다"

-자동차 소재하면 가장 먼저 철강이 떠오른다. 오랜 시간 철강이 사용됐다는 건 그만큼 강점이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복합소재만의 장점이 있을까
"복합소재는 한 부분으로 다양한 기능을 해낼 수 있다. 금속을 사용할 때보다 부품 수를 줄이면서 동일한 기능을 해낼 수 있다. 또 디자인 면에서도 훨씬 자유도가 높다. 알루미늄이나 다른 금속을 사용할 때보다 복합소재를 사용했을 때 자유롭게 디자인 할 수 있다. 디자인 제약이 적어지고, 디자인을 더 자주 바꿀 수도 있다. 자동차 디자이너와 개발자 입장에서 복합소재가 철강보다 매력적인 소재임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선 설명은 마치 복합소재가 철강과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아니다. 복합소재가 금속에 반하는 원료는 아니다. 최근엔 복합소재와 철강을 함께 사용하는 시도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적재적소에 금속과 복합소재를 함께 사용하면 결국 상품(차)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지금까지 자동차 분야에서 복합소재는 경량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다른 솔루션은 없을까?
"이는 오늘날까지도 새로운 주제다. 첫 번째로는 수소에너지와 같은 새로운 연료이다. 차에 수소연료를 넣고 싶다면 탱크를 차에 탑재해야 한다. 복합소재 고압탱크(pressure vessel)가 금속보다 가볍고 강하다. 따라서 수소차를 원하면 복합소재가 필요하다.
[人터뷰]"자동차, 소재 변화 없이 미래 없다"

또, 전기차 배터리 역시 복합소재가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배터리 하우징의)복잡한 모양 때문에 복합소재로 만들어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복합소재는 부식, 불, 충격, 기온 변화 등에 강하기 때문에 (배터리 하우징에)아주 적합한 원료라고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앞둔 시점에서 복합소재의 중요성은 지금보다 더 강조되고 잇다. 연결성, 센서, 레이더, 무선충전 등을 논의하는 데 있어 복합소재를 배제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탄소섬유를 포함한 복합소재는 재활용이 어려워 친환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측면에서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친환경 소재'가 되려면 우선 자원 낭비를 줄여야 한다. 다시 말해 최소한의 재료로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복합소재는 설계부터 생산, 가공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양의 재료만 사용할 수 있다. 자원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복합소재가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또한 복합소재는 재생에너지 산업에 도움이 된다.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벼운 운송수단을 만들거나 복합소재 산업 자체가 더 적은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복합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BMW의 전기차 i3는 폐차 후 소재의 95%가 재활용 된다. 이 정도 수준이면 복합소재의 자원 재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재를 주제로 한 전시행사는 아직까지 한국에서 생소하다, JEC가 한국에서 할 일은 무엇인가
"한국은 완성차 제조사와 부품사, 학계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생태계(eco system)가 갖춰져 있다. 복합소재 분야가 잘 연계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환경이다. 경량화와 강성확보를 넘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자동차 업계가 위기란 뉴스를 접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위기 극복 방안은 '혁신'이다. 그리고 자동차 생태계를 둘러싼 전체 공정에서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동인이 소재에 있다는 점을 한국 업체들이 지금보다 잘 알기를 바랄 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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