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께 관심 못드렸다"…달라진 마크롱 佛대통령, 여론 따른 `자세 낮추기`?
국내에서 독선적인 리더십이라는 평가 속에 국정지지율이 20% 후반대로 급락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그동안의 `내 갈 길을 간다`는 식의 태도에서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최근 국내 한 여론조사에서 극우 진영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재선 가도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부랴부랴 민심 달래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4일 저녁(현지시간) 민영방송 TF1과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그동안 국민께 충분한 관심을 쏟지 못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마크롱은 "나는 프랑스인들과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을 화해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국민은 정부의 충분한 관심과 보호, 해결책 제시를 바라는데, 국민께 충분한 관심을 드리지 못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다른 방식으로 정책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수도인) 파리를 위해서만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료들과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밑바닥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마크롱의 이런 발언은 기존의 스타일에서 급반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그는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통치 스타일, 대통령의 권위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의회를 건너뛰려는 경향, 국민의 여론을 살피지 않는 듯한 즉흥적인 발언 등에 대한 일련의 비판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마크롱의 조심스러운 태도 변화는 여론의 기류를 살피지 않는 듯한 그간의 `직설화법`과 대비된다.

마크롱은 지난 8월 덴마크를 방문해서는 덴마크인들을 "새로운 생각에 열려있는 루터교도"라고 추켜세우고 프랑스인은 "변화에 저항하는 골족"이라고 깎아내렸다.

주요 국정과제인 노동시장 유연화와 연금개혁 등 노동·사회정책의 변화에 대한 반발을 겨냥한 발언이었는데, 프랑스에서는 비난 여론이 거셌다.

9월엔 일자리가 없다고 푸념하는 실직자 청년에게 일할 사람이 없어 난리라며 주변에 일자리가 널렸다고 응수해 구설에 올랐고, 지난달에는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이 생전에 거주한 지방 소도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노인이 연금이 너무 적어졌다고 불평하자 "장군(드골)의 손자가 방금 내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지만, 불평불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할아버지의 규칙이었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이런 훈계조의 직설화법이 지지율 하락을 자초한다는 비판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카리브 해의 프랑스령 생 마르탱 섬을 방문했을 때 한 기자가 직설화법에 대한 비판여론을 언급하자 마크롱은 "가끔 내 의도가 곡해돼 유감이지만 발언 자체를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최근 여론의 기류가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흘러가면서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된다.

내년 봄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의 중도정당 `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극우 국민연합(RN·`국민전선`의 후신)에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는 마크롱 집권 뒤 사실상 처음으로 거치는 일종의 `중간평가`다. 이 선거에서 프랑스의 다른 야당도 아닌 극우정당이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은 극우를 꺾고 집권한 마크롱에게는 더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마크롱의 집권당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에 패하고 현 정부의 중도개혁노선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계속 늘게 되면 2022년 대선 재선도 장담 못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파리 등 대도시가 아닌 농촌과 지방 소도시의 유권자들이 경유에 붙는 탄소세 인상과 유가 상승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지방 민심도 돌아서고 있다.

마크롱이 이날 인터뷰에서 "(수도) 파리를 위해서만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지방 유권자들을 두고 한 얘기다.

프랑스 정부는 대통령의 인터뷰 직전 기름값의 고공행진에 성난 민심을 달래는 정책들을 부랴부랴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마크롱과 프랑스 정부의 이런 태도 변화가 현재 바닥을 치고 있는 국정지지율을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회복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크롱이 대선 1년 전 창당한 신당 LREM은 농어촌 산간지역에서 풀뿌리 네트워크가 전혀 없는 반면에, 사회당과 공화당은 오랜 기간 다진 지역정치기반을 바탕으로 재기를 모색 중이고, 극우 RN은 대도시의 리버럴 엘리트들이 모든 문제의 원흉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포퓰리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마크롱은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중도개혁 노선을 계속 이어가되 국정과제들에 대한 대국민 설득노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1일 CNN 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내 전임자들이 이런 개혁들에 실패했기 때문에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국민께 개혁의 당위성을 잘 설명해야 할 과제가 내 앞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김주리기자 yuffie5@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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