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위협할 폭우" 허리케인 美상륙 임박…식료품 사재기까지?
대서양에서 발생한 초강력 허리케인 `플로렌스`의 미국 남동부 해안 상륙이 임박했다.

이 지역에 닿은 열대성 폭풍 가운데 수십 년 이래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받는 `플로렌스`는 14일 오전(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남부를 강타할 것으로 예보됐다.

이에 따라 노스·사우스 캐롤라이나, 버지니아 3개주(州)에 이어 추가로 메릴랜드, 조지아주와 워싱턴DC에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약 170만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주민들의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플로렌스의 상륙을 앞두고 남동부 주요 공항을 중심으로 1천 편이 넘는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되며 벌써부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다만 한때 4등급 허리케인으로 세력을 강화했던 플로렌스는 12일 3등급으로 조정된 데 이어 13일 새벽 2등급으로 한 단계 더 내려갔다고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밝혔다. 3등급 이상의 `메이저 허리케인`에서 `일반 허리케인`으로 약화됐다는 의미다.

플로렌스는 미 동부시간으로 13일 오전 2시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 머틀비치 동남동 쪽 451㎞ 해상을 지나고 있으며, 최대 풍속은 시속 110마일(177㎞)이다.

14일 오전 중 노스캐롤라이나 남부에 상륙한 뒤 남서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다가 북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플로렌스는 여전히 조지아 남부에서 버지니아 남부에 이르는 지역에 극도의 위험을 줄 수 있는 허리케인으로, 강과 저지대에 엄청난 피해를 미칠 홍수를 유발할 수 있다고 NHC는 경고했다.

2등급으로 약화되기는 했지만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의 일부 지역에서 최대 40인치(1m)의 비를 뿌리고, 해안가에서는 13피트(4m) 높이의 폭풍해일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NHC 측은 "이번 허리케인으로 인한 강우는 재앙적이고 큰 규모의 홍수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AFP 통신도 이번 허리케인이 "2등급으로 약화됐음에도 생명을 위협하는 강우와 홍수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플로렌스`가 지난 1989년 사우스캐롤라이나를 강타한 `휴고` 이후 약 25년만에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에 허리케인 또는 열대성 폭풍 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에 사는 인구는 1천만 명에 달한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100만 명에게 대피령이 떨어졌고, 이미 30만 명이 대피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최대 100만 명이 집을 떠나 안전한 장소로 옮길 전망이다.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주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준비할 시간은 끝났다"면서 "내 메시지는 분명하다. 재앙이 문 앞에 있고 이제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피령이 내려진 해안 지역에 아직도 머무르고 있는 주민들에게 "지금 당장 떠나라"면서 "당신은 당신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피령 대상에는 버지니아 해안 지역 주민 24만5천명도 포함돼 있다. 버지니아는 대표적인 한인 밀집 지역으로, 한인 인구가 약 8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 제프리 비어드 구조팀장은 "이것은 캐롤라이나 해안에 마이크 타이슨의 펀치를 가하게 될 것"이라며 정전, 도로 폐쇄, 사회기반시설 피해, 사망자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의 전력회사인 `듀크 에너지`는 100만∼300만에 이르는 고객에 전기 공급이 끊길 수 있으며 이를 복구하는 데는 수 주가 걸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

플로렌스가 육지에 계속 머무를 경우 극심한 폭우와 홍수가 수일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플로렌스가 당초 예상보다 약간 더 남쪽으로 진로를 틀면서 영향권에 든 주들도 비상이 걸렸다. 조지아주는 159개 카운티 전체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폭우가 애팔래치아 산맥으로 확대되면서 앨라배마, 테네시,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 일부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쿠퍼 지사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만 주택과 사업체 수만 채가 물에 잠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상 사태에 대비해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2천800명의 주 방위군이 준비 태세에 들어갔고, 식량 비축, 대피소 설치, 원자로 안전 확보 등의 작업이 이뤄졌다.

내륙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해안 지역을 떠나는 차량 행렬이 몰리면서 정체를 이뤘다.

허리케인 상륙이 임박하면서 남동부 주요 공항에서는 항공편 무더기 결항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항공편 정보 사이트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12일 오후 8시50분 기준으로 남동부에서 항공편 수백 편이 취소된 것을 비롯해 이날부터 14일까지 전국적으로 1천245편이 취소됐다.

플라이트어웨어 측은 플로렌스가 접근하고 각 항공사가 운항 계획을 확정하면 향후 24시간에 걸쳐 항공편 취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에 있는 대부분의 공항은 운항을 축소했고 찰스턴 국제공항과 잭슨빌, 윌밍턴 국제공항 등은 폐쇄를 발표했다.

미국 동부 해안에서 두 번째로 큰 공항이자 아메리칸 항공의 허브인 샬럿 더글러스국제공항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메리칸 항공은 이미 12∼16일 운항 예정이었던 565개 항공편을 취소했다.

이번 허리케인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는 재난 전문가 척 왓슨을 인용해 플로렌스가 이미 10억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끼쳤고, 최종 피해 규모는 100억~200억 달러(약 11조~22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주리기자 yuffie5@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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