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의 베트남 경제 돋보기] 베트남 발전모델 30년 통해 본 북한개방 순서
얼마 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식 개혁개방에 관심을 표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한국은 물론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북한으로 쏠리고 있다.

만약 북한이 정말 베트남식 경제개방을 한다면 어떤 순서로 진행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들은 어떻게 북한에 진출·투자하게 될까?

베트남 도이머이(Doi Moi;쇄신) 개혁개방 30년 리뷰(Review)

베트남정부는 1986년 12월 제6대 전당대회에서 급진적 공산화실패와 경제파탄을 이유로 사회주의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외부세계에 문호를 개방했다.

즉 ‘도이머이(Doi Moi;쇄신)라고 불리는 개혁 개방을 선언한 것이다. 그 다음해 12월 ’외국인투자법‘을 공포한 이후 약 30년이 지난 오늘의 경제상황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베트남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평가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약 9,6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베트남은 지난 개혁개방시행 30년의 결과로 연평균 6.6%의 고도경제성장을 기록하며 최빈국에서 중소득국으로 도약했다.

(2017년 6.8% 성장/ 2018년 6.5~7% 성장 전망/2017년 말 GDP 2,210억 달러, 교역규모 4,250억 달러, 수출 2,138억 달러, 수입 2,111억 달러, 무역수지흑자 27억 달러)

무엇보다 베트남은 개혁개방 30년을 통해 농업중심 개도국에서 공업국으로 변했고, ASEAN과 AEC, APEC, PNTR(미국의 베트남에 대한 항구적 정상 교역관계), WTO 등 세계경제로 편입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개혁개방 초기부터 베트남에 외국인투자진출이 활발했던 것은 아니다. 아래 표(베트남투자통계 변동추이)에서 볼 수 있듯이 개혁개방초기 약 4~5년간 베트남 내 외국인기업투자(FDI)는 거의 늘지 않았다.

약 8~9년이 경과한 시점인 1994년부터 FDI기업들의 투자진출이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1999년 이 후 외환위기 영향으로 일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현수의 베트남 경제 돋보기] 베트남 발전모델 30년 통해 본 북한개방 순서
때문에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선택하더라도, 개방 직후부터 외국인기업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베트남 개방초기와 마찬가지로 북한정부 또한 `체제안전유지` 차원에서 외국인투자인허가를 쉽게 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상황을 점검하면서 외국인투자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개혁개방 초기 10년을 통해 전망한 북한개방순서 및 FDI기업들의 북한투자진출 예상 시나리오

베트남 개혁개방 초기, 한-베트남 수교가 이뤄지기(1992년 12월22일 수교)직전인 1992년 6월, 필자는 태국 방콕을 경유해 호찌민 탄손� 공항과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첫 발을 디뎠다.

당시 양대 국제공항의 모습은 마치 월남전 종전일인 1975년 4월 30일처럼 보였다.

이듬해인 1993년 초부터 호찌민에 7년간 상사주재원으로 있으면서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베트남 개혁개방 초기 10년 간의 동향을 사실적으로 돌아보며 북한개방순서 및 FDI기업들의 북한투자진출 예상 시나리오를 예측해 봤다.

▲ 베트남 개혁개방 초기 외국기업 진출 동향과 순서

베트남 개혁개방 초기, 하노이와 호찌민은 출장 온 외국계 무역상사맨들과 해외건설사맨들로 가득했다.

이어 한국의 대우, 삼성물산, 현대상사, 코오롱상사 및 일본의 미쯔비시상사, 미쯔이물산, 이토츄상사 같은 종합무역상사들과 대형건설사들이 현지 대표연락사무소(Representative Office)를 설립했다.

다시 말해 무역상사와 해외건설사들이 가장 먼저 진출한 것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시작하면 히토류 같은 수익성 높은 지하자원과 송이버섯 등의 농수산물 수입, 대 북한 상품수출시장개척을 위해 상사들과 건설사들이 가장 먼저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곧이어 북한 정부의 인허가가 나온다면 대표연락사무소가 설립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때 우리나라 KOTRA(코트라) 같은 각국의 외교, 무역기관, (비정부기구)NGO, 원조기관들의 북한 현지사무소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 단계로 베트남의 경우 의류, 가방, 모자, 인형, 텐트, 신발 등의 봉제 임가공기업들이 들어갔고 처음에는 원·부자재를 한국에서 전량수입해서 임가공 후 반출하는 형태로 출발했다.

이후에는 직접 공장용지(50년 토지사용권)구입해 공장을 짓고 생산라인을 갖춘 뒤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했다. 북한도 이런 순서를 따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어 베트남에 섬유염색공장, 도금·금형·화학공장, 중고중장비, 중고자동차, 중고오토바이, 중고기계, 신변잡화류, 기타 제품을 취급하는 자영업자(무역), 패스트푸드 업체, 유통업체 등이 진입했다.

외국인 체류자 수가 점점 늘면서 한국(외국)식당과 유흥업종이 진출했다. 북한도 이 같은 순서로 외국기업들이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다음으로 외국인들의 베트남 방문이 급증하면서 부족해진 외국인용 호텔, 오피스, 빌라, 아파트, 산업공단, 국제 골프장, 위락시설, 카지노 등의 중·대형 프로젝트 사업들이 진행됐다.

북한도 외국인의 체류가 많아지면 이 같은 외국기업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북한에 외국인 가족 거주가 많아지면, 국제학교와 국제병원 사업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탈 것이다. 베트남에서도 국제학교와 국제병원은 고수익 사업모델로 알려졌다.

또, 이 시점에 베트남에서 외국인전용 산업공단 개발·분양 사업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은 만큼 북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베트남은 개방 초기부터 도로, 항만, 다리·공항시설, 경제특구산업공단, 전력·발전소 등 정부의 수많은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에 FDI기업들의 투자를 요청했다.

하지만 재원 마련이 돼 있지 않아 결국 *BOT 나 BTO 등의 형태로 진행되거나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외국계 시행사가 자력으로 끌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도 개방 초기에는 FDI기업들의 투자에 의존해 경제 발전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고 판단된다. 때문에 베트남과 북한이 비슷한 방식으로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를 실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BOT-Built Operate Transfer ; 개발프로젝트를 수주한 시행사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건설을 마친 후 자본설비 등을 일정기간 동안 운영하는 것. 여기에 그 운영수익으로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부채를 상환하는 한편 지분 투자자에 대해 배당을 하며 운영기간이 종료되면 정부에 무상으로 양도한다.)

이후 베트남으로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과 중장비 생산공장, 자동차 조립공장, 화학제품, 조선소, 철강생산 공장, 비료공장, 전력발전 등 거대시설자본이 투입되는 기업들이 진출했고, 그 다음에 삼성전자와 같은 전기·전자·반도체 등 IT업종·첨단산업이 진입했다.

북한도 베트남과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미 베트남에 진출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바로 생산기지를 북한으로 이전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대규모 기업진출과 투자가 가능한 한국을 바로 마주하고 있어 북한의 비핵화 실제의지와 개방강도에 따라 성장속도나 규모면에서 베트남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기 내용은 베트남방식을 그대로 벤치마킹했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베트남 개방 초기 현지 주재원들의 생활경험담을 토대로 향후 북한에 머물게 될 외국인들의 생활환경을 예측하고자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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