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5개사가 올해 임금·단체 협상을 일제히 개시하면서 새 정부 출범으로 힘을 받는 노동계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측이 판매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노조는 정부의 친 노동 정책과 맞물려 요구안을 관철하려는 분위기여서 협상에 험로가 예상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아직 교섭 초기로 양측 제시안을 검토하는 단계지만, 임금 인상안과 관련해서는 이미 견해차가 드러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4월 2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 22일까지 총 16차례 교섭을 벌였다.

올해 노조 요구 안에는 임금 15만4천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이 포함됐다.

임금 인상안은 금속노조 산하 노조의 공통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사측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여파로 해외 최대시장인 중국 판매가 부진한 점,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비롯해 국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점 등을 근거로 요구안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밖에 ▲ 상여금 800% 지급(현 750%) ▲ 정년 연장 ▲ 총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 ▲ 통상임금 확대 등을 제시한 상태다.

한국지엠 노사 간 교섭도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양측은 5월 23일 임금협상을 시작해 지난 22일 9번째 만남을 가졌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4천883원 인상, 통상임금 50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정년을 만 61세로 연장해달라는 내용도 요구안에 포함했다.

하지만 사측은 어려운 경영 여건을 강조하며 노조의 전향적인 자세를 바라고 있다.

한국지엠은 작년에만 5천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고 최근 3년간 적자를 이어오면서 끊임없는 국내 '철수설'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7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쌍용차 노사 역시 올해는 더 신중하게 교섭에 임하고 있다.

지난 8일 첫 협상 테이블에 앉은 양측은 지난 22일 5차 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기본급 11만8천원 인상을 요구했으며, 사측은 티볼리와 G4 렉스턴의 선전으로 실적이 개선되긴 했으나 전반적인 경영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15만4천883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 확대 적용 등 현대차 노조와 비슷한 요구안을 내놓았다.

노사는 5월 11일 교섭을 시작해 지난 22일까지 9차례 만났지만 아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5월 15일 상견례만 마친 상태로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교섭에 나선다.

노조는 올해 SM6 등의 판매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을 근거로 기본급 15만원 인상을 요구 중이다.

5개 완성차 노사는 가능한 한 8월 첫째 주로 예정된 여름 휴가 이전에 임단협을 마무리 짓는다는 목표다.

그러나 양측의 견해차가 심할 경우 협상 테이블은 휴가 이후로 길어질 수 있다.

일부 강경한 사업장에서는 교섭 파행이나 분규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친노동 기조로 협상에서 노조에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개별 노사 간 교섭 범위에서 벗어나 다른 노동 관련 쟁점까지 끌어올 경우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사측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