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암을 치료하는가"…암 정복에 나선 한국의 바이오텍
2015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신이 흑색종에 걸렸고, 이미 뇌까지 전이돼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지미 카터는 2017년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기자회견 당시 4기 암환자였던 그는 3년 넘게 생존했으며, 심지어 사회생활까지 하고 있다. 그를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에서 살린 것은 미국 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다.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한국의 신약개발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는 키트루다와 같은 첨단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의 이야기다. 바이오·제약 분야 전문매체인 '바이오스펙테이터' 7명의 기자들이 1년 동안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는 한국 바이오테크들의 신약개발 연구 현황, 기술의 원리, 배경이 되는 생명과학을 차분히 설명한다. 고등학교에서 생명과학 수업을 들었다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과 난이도의 해설이다.

이해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에서는 도판을 활용했다. 도판은 필자 가운데 한 명이 직접 칠판에 분필로 그린 것이다. 원고를 읽어가는 과정에서 이해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고르고, 어떤 그림으로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지 논의한 후, 실제 독자가 앞에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말로 설명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손맛(?)이 담긴 도판을 보는 것도, 이 책의 즐거움이다.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는 바이오 의약품의 주를 이루는 단백질 의약품, 사람의 면역 시스템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 치료, 유전자에 직접 손을 대는 유전자 치료, 한국이 선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줄기세포치료, 암을 발병하기 전에 찾아내는 것이 목표인 조기진단 등 한국의 첨단 과학기술과 치료제 개발 현황을 다룬다.

바이오사이언스로 어떻게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질병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와 노력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에서 한국의 크고 작은 바이오테크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첨단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바이오사이언스가, 자연스럽게 대중 과학으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