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직원 없는 미래형 스마트 편의점, 얼마나 편리할까
# 매장 앞 센서에 손바닥을 대면 문이 스르륵 열린다. 편의점 문을 열 때 들리던 익숙한 벨소리와 직원의 "어서오세요" 대신 가지런히 정렬된 상품들만이 손님을 반긴다.

탄산음료를 집기 위해 냉장고 앞에 서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상품을 꺼내고 앞을 떠나면 닫힌다. 계산할 때까지도 직원은 나타나지 않는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상품을 올려 두면 가격이 뜨고 손바닥을 가져다 대면 결제된다. 직원도, 카드도, 현금도 필요없는 '스마트 편의점'이다.


세븐일레븐이 16일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오픈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국내 최초의 무인 시스템 편의점이다.

바이오 인식 스피드게이트와 무인 계산대, 전자동 냉장 설비 등을 갖춰 상주 직원 없이도 손님을 받을 수 있다.

이날 방문한 시그니처 매장은 새 매장의 깔끔함을 제외하더라도 일반적인 편의점과 다른 모습이었다. 입구부터 그렇다. 롯데카드의 정맥 인증 시스템을 이용, 본인 인증에 성공해야 입장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롯데카드(체크카드 포함)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만 이용 가능하다.

인식 속도는 빠른 편이었다. 인증을 마치면 슬라이드 도어가 매끄럽게 열린다. 편의점의 핵심 코너라 할 수 있는 냉장상품 칸에는 전자동 문이 설치돼 있다. 손님이 없을 때는 닫혀 있다가 손님이 오면 자동으로 열려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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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태그도 눈에 띈다. 기존 종이 태그가 가격 변동이나 행사상품 반영을 위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교체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던 반면 전자 태그는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전 매장의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종이 태그보다 깔끔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더 정확한 가격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카드로 개인 정보를 읽어낸 후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청소년의 담배나 술 구매는 원천 봉쇄된다. 특히 담배 자판기는 또 한 번의 정맥 인증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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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고르고 나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상품을 올려 놓는다. 대형마트의 계산대와 비슷하지만 결제를 돕는 직원은 없다.

360도 자동 스캔이 가능한 바코드 스캐너는 꽤 정확하게 상품들을 스캔했다. 하지만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는 느린 편이라 한 두개의 상품을 계산할 때보다는 많은 상품을 살 때 빛을 발할 것 같다.

계산도 정맥 인증을 이용한다. 카드와 연동된 인증을 통해 자동으로 결제되는 방식이다. 지문이나 홍채를 이용한 방법보다 편리하다. 정맥 인증 방식의 결제 시스템을 상용화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라는 설명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문 방식의 경우 센서에 직접 손을 대야 한다는 점에서 위생 문제도 있고 실리콘 등으로 지문을 복제할 수도 있다"며 "홍채 인식은 카메라에 가까이 가 눈을 비춰야 하는 등 방법 면에서 불편함이 있어 편리하고 안전한 정맥 인증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스마트 편의점이 대중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맥인증 시스템과 무인 계산 시스템을 저비용 창업이 대부분인 가맹 편의점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1호점과 같은 오피스 건물 내 편의점 등에 우선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무인 시스템으로 인해 전국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상품 입고와 정리 등의 업무가 있어 고용 감소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세븐일레븐은 설명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오히려 직원이 계산이나 손님 응대 업무에서 벗어나 입고상품 관리 등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업무가 질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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