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한경DB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한경DB
[ 박상재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가 대규모 리콜(결함 시정)과 중국발 사드 보복 악재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오는 26~27일 양일간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악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증권업계는 올 2분기까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현대·기아차, 낮아진 실적 눈높이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조275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9%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세타2 엔진의 대규모 리콜을 결정한 뒤 2주일여 만에 1240억원가량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작년 동기 대비 9.7% 낮은 5717억원이다. 2주일 새 약 849억원이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리콜 문제는 실적 우려로 점차 번져나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7일 공정상 문제 등으로 세타2 엔진을 장착한 147만여대를 글로벌 시장에서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대차는 세타2 엔진 리콜 결정으로 최대 2500억원 수준의 비용이 1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아차의 경우 최대 2000억원가량이 발생해 영업이익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타2 엔진 문제는 지난 24일 한 시민단체가 현대·기아차를 고발하는 등 여론 악화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 엎친데 덮친 사드 보복, 반등에 시간 걸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인한 판매 부진도 현대·기아차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주력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판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중국 판매량은 7만2032대로 작년 동기보다 52.2% 감소했다. 이에 현지 맞춤형 모델을 조기 등판시킬 계획이지만, 연간 판매목표 축소 방안을 고려할 만큼 상황이 나빠졌다.

장문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부진은 2분기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지난달 중순 이후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인의 반한 감정이 격해졌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중국인의 반일 감정이 회복되는 데 6~9개월가량 걸린 사례에 비춰, 현대·기아차 반등 시점을 2분기 이후로 내다봤다.

다만 사드 보복 악재를 제외한 본업 회복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사드 보복을 빼고 보면 재고부담 감소, 신흥시장 회복 등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