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몰락한 부호' 에이키 바치스타(59)가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30년째 집계하는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가장 극적으로 추락한 인물로 평가됐다.

브라질의 대형 미디어 그룹인 폴랴(Folha)가 운영하는 뉴스포털 UOL은 포브스의 억만장자 집계가 1987년에 시작된 이래 올해로 30년째를 맞은 가운데 바치스타의 몰락이 상징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로 언급됐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치스타는 지난 2012년 300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세계 7위 부자로 평가됐다.

그러나 2년 후인 2014년 3월에는 100분의 1인 3억 달러로 줄었다.

바치스타가 이끌던 EBX 그룹은 한창 잘 나갈 때 OGX(석유·천연가스), OSX(조선), LLX(물류), MPX(에너지), MMX(광업), AUX(금·은·구리 광산 개발), CCX(석탄), REX(부동산), IMX(스포츠마케팅), SIX(정보통신), NRX(식품) 등을 계열사로 거느렸다.

그러나 경영과 투자 실패, 주가 폭락 등이 겹치면서 자금 압박을 받아 주요 계열사의 파산보호 신청이 잇따랐고, EBX 그룹은 사실상 해체됐다.

이후 바치스타는 주가 조작을 위한 내부정보 이용과 투자자들에 대한 거짓 정보 제공, 허위 진술 등 혐의로 브라질 연방검찰에 의해 수차례 기소됐다.

바치스타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브라질 법원은 전직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에게 1천650만 달러(약 187억 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적용해 바치스타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바치스타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는 사법 당국이 2014년 3월부터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권력형 부패수사에 따른 것이었다.

바치스타는 미국으로 출국해 뉴욕에 머물다가 1주일 만에 자진 귀국했고, 연방경찰은 1월 말 리우 공항에서 바치스타를 체포해 교도소에 수감했다.

브라질에서 부패수사가 3년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 부자 순위 10위권에 들었던 바치스타의 몰락은 정경유착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공감을 형성하게 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