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대선후보 마린 르펜(49)이 레바논에서 이슬람교 지도자를 만나려다가 히잡 착용을 거부, 면담이 불발됐다. 해당 종교단체는 "무례한 행위"라며 르펜을 비난했다.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레바논을 방문 중인 르펜은 21일 아침(현지시간) 베이루트에서 수니파 이슬람 지도자인 셰이크 압델 라티프 드리안을 방문해 면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르펜은 이슬람지도자 측의 사무실에 도착해 보좌관이 머리에 쓸 흰색 스카프를 건내자 몇 분간 측근들과 상의를 하더니 스카프 착용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르펜은 결국 면담을 하지 않고 약속장소를 벗어나며 기자들에게 "나는 어제 히잡을 착용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상대방 측이 면담 약속을 취소하지도 않았다"면서 "그래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도록 허용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르펜은 프랑스 헌법이 규정한 정교분리와 세속주의의 원칙인 '라이시테'를 강하게 신봉하고 있다. 프랑스는 라이시테 원칙에 따라 히잡과 십자가 등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는 행위를 공공장소와 고등학교 등에서 법률로 금지하고 있다. 르펜은 프랑스 내 무슬림들을 염두에 두고 라이시테의 확대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해당 종교단체는 성명을 내고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들은 "율법에 따라 종교지도자 면담을 할 때 머리 부분을 가려달라고 르펜 후보 측에 요청했다"면서 "관례를 거부한 것은 무례한 행위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