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폭탄 마스크팩' 하나로 연매출 4100억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사진)을 생산하는 엘앤피코스메틱은 올해 약 4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마스크팩 한 종류의 제품만 팔아서다. 판매량은 약 4억4000만장. 메디힐 브랜드가 첫선을 보인 2012년 1000만장 조금 넘게 판매된 마스크팩은 중국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현재까지 누적으로 7억9000만장 이상 팔렸다. 75억원이던 매출도 4년 새 55배 늘었다.

화장품업계에서 기초나 색조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하지 않고 단일 품목만으로 이 정도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은 찾기 드물다는 평가다.

◆고급 마스크팩으로 차별화

메디힐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고급화다. 대부분의 화장품업체가 1000원짜리, 비싸야 2000원대 마스크팩을 내놓을 때 3000원이 넘는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엇비슷한 제품으로는 차별화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2009년 엘앤피코스메틱을 창업한 권오섭 대표는 “비싸도 또 사서 쓰고 싶은 고품질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분폭탄 마스크팩' 하나로 연매출 4100억
에센스 한 병을 통째로 마스크팩에 담은 것도 이 회사가 처음 시도했다. 피부에 영양 성분이 잘 스며들 수 있게 대나무 원사를 사용한 피티셀 원단으로 시트지를 만들었다. 생산은 무조건 국내 공장을 고집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라야 해외에서 통할 것으로 봤다.

헬스·뷰티스토어 올리브영 등에서 일명 ‘수분 폭탄 마스크팩’으로 홍보했다. ‘NMF 아쿠아링 앰플 마스크’, ‘WHP 미백 수분 블랙 마스크’ 등 주력 제품을 사서 써본 소비자들이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아이디어 상품도 잇따라 내놨다. 앰플과 마스크팩을 2단계로 쓸 수 있게 만든 ‘아쿠아 더블 스마트 필러 마스크’는 마스크팩으로는 처음으로 디자인 실용신안에 등록했다. 하단에 캡이 달려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쓸 수 있는 ‘캡핑 팩’, 크림 제형을 담은 ‘프로아틴 마스크’ 등도 인기를 얻었다. 메디힐 마스크팩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올리브영 판매 1위 상품이었고, 올해도 3위권 내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엘앤피코스메틱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스킨이나 에센스는 유명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지만 마스크팩은 일회용이라 중소기업 제품도 선뜻 구매한다”며 “특히 품질 좋은 한국산 마스크팩을 찾는 중국인들 사이에 급속도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판매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중국 티몰 선정 인기 브랜드 1위

메디힐 매출의 55%는 해외에서 나온다. 지난해 중국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는 남미와 유럽에도 수출을 시작했다. 지난달 중국 광군제 땐 온라인 쇼핑몰 ‘티몰’이 선정한 화장품 인기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작년에도 1위였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수백장씩 마스크팩을 사가 지인들에게 선물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중국에선 ‘메디힐 NMF 아쿠아링 마스크’처럼 보습 기능이 강한 제품이 인기가 많다.

엘앤피코스메틱은 얼마 전 중국 난징에 220여개 판매망을 갖고 있는 더모코스메틱과 협력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유통망 ‘비욘드 스타’에서 메디힐 제품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운영 중인 3곳의 난징 매장을 포함해 내년까지 중국에서 50개 매장을 더 열 예정이다.

엘앤피코스메틱 관계자는 “이달 초 일본 라인과 캐릭터 협업 계약을 맺었다”며 “내년부터는 일본 마스크팩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콩 왓슨스는 물론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의 현지 파트너사와도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