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6~11일 중남미 국가를 방문하면서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현지 의약품 조달시장에서 한국 제품을 1순위 입찰 대상에 올리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지금까지 한국 의약품은 아르헨티나 조달 시장에서 입찰 대상 3순위였지만 최우선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기간에 만난 페루 정부 관계자는 식약처에 수액 등 국가필수의약품을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손 처장은 “페루 정부는 의약품 허가 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 공무원 파견까지 원했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중남미 시장에서의 기회가 대폭 확대될 것이란 가능성을 보고 왔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한국 의약품 1순위 입찰 기회"
◆보령·대웅 등 중남미 공략

중남미 시장에서 K제약·바이오 열풍이 불고 있다. 중남미 각국 정부가 한국산 의약품을 우대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진출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선진국 수준의 품질에다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한국산 의약품이 중남미 국가의 의약품 수요와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제약사가 중남미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서다. 보령제약은 고혈압 신약 카나브 등 제품을 중남미 25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에 3200만달러 규모 독감 백신 입찰에 성공했다. 브라질에는 면역글로불린 등의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2년 전 아르헨티나 제약사 바고와 240억원 규모의 보툴리눔 독소 제제 나보타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일양약품은 지난해 멕시코 제약사 치노인에 200억원 규모의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놀텍을 공급하기로 했다.

◆“한국산 의약품 우대”

한국산 의약품의 현지 진출이 늘어나면서 중남미 각국 정부가 한국 의약품에 대한 우대정책도 내놓고 있다. 에콰도르는 2014년부터 한국에서 허가받은 의약품을 현지에서 자동으로 허가해준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 4월 멕시코에 의약품을 수출하는 국내 제약사의 의약품제조품질관리(GMP) 현지실사를 향후 5년간 면제하기로 했다. 페루는 한국을 위생선진국으로 등재했다. 콜롬비아는 한국을 바이오의약품 참조 국가로 등록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 의약품이 중남미 시장에 진출하기 전 허가 기간과 비용이 대폭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남미 시장은 경제 성장과 개인 소득 증대, 의약품 수요 증가 등에 따라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중남미 의약품 시장은 721억달러(2014년 기준) 규모로, 세계 의약품 시장(1조272억달러)의 7%를 차지한다.

조미현/김근희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