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의약 소재 개발 탄력받을 듯

국내 연구진이 고구마와 양파 등 농작물의 '설계도'격인 유전체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농촌진흥청은 국내외 10개 산학연 기관과 협력해 경제적 가치가 큰 농작물 9종의 유전체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유전체(게놈·genome)는 한 생물체가 지닌 모든 유전정보의 총합으로, 특정 생물체의 형태, 생리대사, 유전요소, 행동양식 등을 결정짓는 유전자의 설계도를 의미한다.

유전체 정보를 알게 되면 우수하거나 불량한 특성을 만드는 유전자를 파악할 수 있게 돼 우수 품종을 개발하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또 건강에 유용한 유전자를 활용한 식의약 소재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어 가공 및 제약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번에 해독한 작물은 고구마, 들깨, 배, 양파, 국화, 도라지, 결명자, 잎새버섯, 만가닥버섯 등이다.

그동안 벼, 토마토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작물 해독이 시도됐지만 고구마 등 우리 농작물 9가지 유전체가 해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농진청은 농업적인 측면에서 경제규모와 생산량, 미래 산업가치 등을 고려해 해독 작물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9가지 작물 해독을 통해 발굴한 유전자 수는 39만 개에 이른다.

인간 유전자가 2만 개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방대한 양이다.

농진청은 이번 연구결과를 활용해 고구마와 양파, 국화의 수확량을 늘리고 병해충 저항성 등을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들깨의 고품질 오메가-3 지방산 함량 증대와 도라지, 결명자, 버섯에 풍부한 항암·항염·항산화·성인병 예방 등의 약리 성분을 식품이나 의약품 및 화장품 소재로 개발하는 분야의 실용화 연구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농진청은 이번에 확보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까지 우리나라 고유의 작물, 가축, 곤충 등 20종류의 유전체를 추가로 해독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