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오른쪽 두 번째)이 15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업계 관계자들과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오른쪽 두 번째)이 15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업계 관계자들과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해운업계가) 이런 상황에 처한 게 가슴이 아픕니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은 15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해수부 주최로 열린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해운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져 위기가 심각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들은 뒤였다. 이를 전해들은 한 해운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가슴이 아프면 기업들은 가슴이 찢어진다”며 “해운업이 이렇게 망가질 때까지 방치한 게 바로 정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진해운 망할 땐 뭐했나…이제와 "가슴 아프다"는 해수부
해수부는 이날 정책간담회를 열고 현대상선 고려해운 등 주요 선사 고위임원들과 한국선주협회 해양수산개발원(KMI) 관계자들을 불러 모았다. 지난 9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뒤 어려워진 해운업계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업계 전문가들은 해운업계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건의사항을 제시했다.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부분은 신뢰 회복으로 꼽혔다.

참석자는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대내외적으로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며 “해운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의견에 윤 차관은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차관은 “앞으로 업계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자주 갖겠다”고도 다짐했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동안 해운업계를 살리겠다던 정부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 게 없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을 최대한 현대상선이 흡수하도록 돕겠다는 전략부터 빗나갔다.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는 스위스 MSC가 인수하는 게 유력하다. 미주·아시아 노선은 SM(삼라마이더스)그룹이 가져갔다. 외국 화주들 사이에선 ‘한국 선사와는 거래를 안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진해운이 갖고 있던 미주 노선 운송물량의 80%가 외국 선사로 넘어간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탓이다.

세계 7위였던 한국의 해운산업이 이렇게 무너질 때까지 주무부처인 해수부는 무얼 했느냐는 지적이 업계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해운산업을 알지 못하는 금융위원회가 금융논리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行)을 결정할 때 해수부는 보이지 않았다. 해운산업이 거덜 난 뒤에야 신뢰회복 운운하며 뒷북을 치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해수부는 한국 해운산업 몰락에 가슴 아파할 게 아니라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정지은 산업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