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털 값은 바닥수준인데…아웃도어, 웃지 못하는 까닭
오리털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쳤지만 아웃도어 업체들은 울상이다. 오리털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경량 패딩이 유행해 이익이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국내 오리털 시세는 오리솜털과 깃털 비율 80 대 20 기준으로 온스당 28달러 정도였다.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 올해 아웃도어 업체들이 출시한 오리털 점퍼는 대부분 작년 11월께 원자재를 조달해 생산한 것이다. 오리털 거래는 국제 경매에서 오리털을 구입한 수입 업체가 다시 국내 패션 업체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 이익률이 높아진다. 원자재 가격이 싸져도 판매 가격은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오리털을 싸게 조달했지만 이익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업계 사람들 얘기다. 오리털이 많이 들어 있는 헤비다운 패딩이 아니라 경량 패딩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경량 패딩은 원자재 중 오리털 비중이 낮다. 한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제품 수요가 늘다 보니 경량 패딩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 노스페이스, 라푸마 등 대부분 업체가 주력 제품으로 경량 패딩을 내세우고 있다. 밀레는 경량 패딩 상품 물량을 작년에 비해 50% 이상 늘렸다.

작년 아웃도어업계가 침체되면서 오리털 수요가 줄어든 것이 국내 오리털 거래 가격이 떨어진 원인으로 꼽힌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줄지어 사라지면서 오리털을 구입하려는 업체도 줄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작년 하반기 ‘휠라 아웃도어’가 철수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도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 사업을 중단했다. 이어 잭 울프스킨(LS네트웍스), 노스케이프(패션그룹 형지) 등 올해까지 10여개 브랜드가 철수했다. 올해 철수를 결정한 브랜드도 작년 11월 원자재를 구입하지 않으면서 가격이 내려갔다는 분석이다.

올 11월 국내 오리털 거래 가격은 80 대 20 기준 온스당 31달러로 작년보다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오리털 가격이 올라갈 것을 예상한 업체들은 작년에 대량으로 오리털을 구입해 놓고 내년 생산 물량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가을·겨울 시즌에는 차익을 보는 업체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