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13일 “최근 일련의 사태들로 중소기업계와 정부의 대화 채널이 완전히 끊긴 상태”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소기업·소상공인들을 현장에서 만나면 벌써 내년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해 경제 컨트롤타워를 하루빨리 확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 회장은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선 후보들의 선거공약에 중소기업 정책과제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중소기업계가 준비하고 있는 핵심 대선과제는 중소기업 중심의 바른시장 경제 구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혼란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서도 “본래의 취지는 동의하지만 이를 공론화하지 않았고, 사업 진행 과정에서 변질돼 정경유착의 고리가 됐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지난 50년간 우리 경제와 국민 의식은 놀랄 만큼 성장했으나 정치권력과 대기업 간 정경유착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정치권과 대기업 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바른 정치·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10곳 중 9곳 정도가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는 내용의 통계자료도 발표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 277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7.8%가 내년 경기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기업의 48.2%가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39.6%가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SBHI)는 올해보다 3.1포인트 낮은 83.1을 기록, 2015년부터 3년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중소기업들이 전망하는 내년 경제성장률은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2.6%보다 낮았다. 내년 국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에 대해 중소기업은 △내수 회복 불확실성(54.9%) △대선 등 정치이슈(12.9%) △미국 금리 인상(9.5%) △원자재가격 불안정(8.6%)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강화(7.1%) 등을 꼽았다.

중기업계는 이런 상황을 반영, 내년 키워드로 ‘파부침주(破釜沈舟)’를 제시했다.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의미로,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하는 말이다. 박 회장은 “경제 상황이 출구가 없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범중소기업계가 참여하는 위기극복위원회(가칭)를 꾸려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적극 앞장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