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시중은행 성과연봉제
신한 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이 성과연봉제를 전격 도입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자발적인 결정이었다고 설명하지만 같은 날 일제히 도입 결정이 나면서 금융당국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우리 KEB하나 농협 등 주요 은행은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결의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8월 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고 개별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해왔다.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노조와 도입을 협의했다. 그러나 이른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금융위원회의 성과연봉제 추진 동력이 크게 약해지면서 도입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호봉제 폐지와 개인평가 반영, 연봉·성과급 격차 확대 등을 뼈대로 하는 성과연봉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 이사회 결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한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9개 금융 공기업도 노조의 효력 정지 가처분 등으로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이사회 결의로 당장 성과연봉제가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시중은행들은 “이번 이사회 결정은 선언적 의미로 도입 내용과 시기 등은 개별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에 시중은행 노조들은 ‘오늘 이사회 의결을 무조건 강행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는 등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에서 매달 이뤄지는 은행장 회의에서 올해가 가기 전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의하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며 “충격을 줄이기 위해 한날 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연합회 차원에서 제시한 의견은 없다”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가 민영 은행의 의사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성과연봉제 결의에 어떤 압력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욱진/김일규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