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심사 강화 영향…기업 이자부담 우려
전체 산업대출 15.7조 늘어…부동산업이 33% 차지

올해 3분기(7∼9월) 기업이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서 빌린 돈이 크게 늘었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우려해 대출심사를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부동산 경기 호조에 따른 산업대출의 부동산업 쏠림 현상이 여전히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6년 3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지난 9월 말 현재 산업대출 잔액은 986조4천억원으로 6월 말보다 15조7천억원(1.6%) 늘었다.

산업대출은 은행, 저축은행,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기관이 기업(개인사업자 포함)에 빌려준 자금을 말한다.

3분기 증가액은 올해 2분기(11조6천억원)보다 4조1천억원 늘었지만, 작년 3분기(20조원)와 비교하면 4조3천억원 감소했다.

기업은 연말이나 반기 말에 부채 비율 관리를 강화하기 때문에 산업대출 증가세는 보통 1분기와 3분기에 확대된다.

최영엽 한은 금융통계팀 부국장은 "산업대출 증가액이 작년 동기보다 줄어든 것은 경기가 조금 좋지 않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대출을 기관별로 보면 지난 9월 말 예금은행의 산업대출 잔액은 810조3천억원으로 3분기에 10조원(1.2%) 늘었다.

증가액이 작년 3분기(16조4천억원)보다 6조4천억원 줄었다.

반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 증가세는 가파르다.

지난 9월 말 잔액이 176조1천억원으로 석 달 사이 5조8천억원(3.4%) 늘었다.

증가액이 작년 3분기(3조7천억원)보다 2조1천억원 많고 올해 2분기(3조3천억원)에 견줘 2조5천억원 확대됐다.

은행이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이 비은행권을 찾는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최 부국장은 "은행들이 구조조정의 영향을 받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심사도 강화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비은행권 대출이 늘어나면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점은 우려스런 대목이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7.45%로 예금은행 기업대출(3.34%)의 2배가 넘는다.

산업대출을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대출 잔액이 333조6천억원으로 3분기 중 3조2천억원(1.0%) 늘었다.

증가 규모가 2분기(1조2천억원)보다 커졌지만, 작년 3분기(6조7천억원)에 비해선 절반 수준이다.

서비스업 대출 잔액은 556조4천억원으로 3개월 동안 11조4천억원(2.1%) 늘었다.

2분기(10조2천억원)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서비스업 중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165조4천억원으로 6월 말보다 5조2천억원(3.3%) 급증했다.

전체 산업대출 증가액의 33.1%를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다.

올해 여름 강남 재건축 등으로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나타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건설업 대출은 잔액이 39조2천억원으로 3천억원(0.9%) 늘었다.

자금 용도별로는 3분기에 시설자금이 9조1천억원 늘었고 운전자금은 6조6천억원 증가했다.

전체 산업대출금에서 시설자금 비중은 38.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