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이익만이 기업 존재 이유일까?…가치관 기반 이케아 리더십 배워야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14년 2만8180달러로 1965년보다 267배 늘었다. 1960년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이 빠른 경제 성장을 한 비결은 무엇일까. 국민들이 ‘잘살아 보세’라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똘똘 뭉친 것이 한 요인일 것이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국민들은 행복할까.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 등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갖고 있다. 잘사는 나라가 됐지만 행복하지 않은 한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국갤럽에 따르면 국민의 92%가 소득은 행복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수백 배의 경제 성장을 이루고도 오직 돈에 얽매인 현실이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나라의 가치관을 세우고 국민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한 때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사업으로 이익을 남기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이익만이 기업의 존재 이유가 된다면 대한민국 같은 모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익은 기업의 존재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지, 목적 자체가 될 수 없다.

이케아의 성장 과정을 보면 기업의 가치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구는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고가의 가구를 구매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유럽 상류층의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잉바르 캄프라드 이케아 창업자는 가구 시장이 젊은 일반 소비자들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후 복구 과정에서 젊은 층의 소득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캄프라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업의 사명과 비전을 세우는 일이었다. 캄프라드는 이케아의 존재 이유를 “많은 사람의 더 나은 일상을 만든다”고 정했다. 이런 사명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비전으로 “멋진 디자인과 기능의 다양한 홈퍼니싱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를 제시했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저가 전략’과 ‘차별화 전략’이었다. 이케아는 끊임없이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했고,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켜 나갔다. 사업 초기부터 새로운 시장 개척, 새로운 판매 방법 개발, 새로운 공급처 개발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기업을 키웠다.

기업 가치관을 중심으로 성장한 이케아는 창업 35년 만인 1988년 세계 최대의 가구 기업이 됐다. 이케아 발전 뒤에는 캄프라드의 가치관 경영이 있었던 셈이다. 기업 가치관을 중요하게 생각한 캄프라드 회장은 50세가 되기 전 이케아가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를 명확히 규정했다.

1976년 캄프라드는 ‘어느 가구 상인의 유언’이라는 글을 통해 이케아가 지켜야 할 가치를 밝혔다. 그는 이케아의 존재 목적을 이루기 위해 좋은 디자인의 가구를 낮은 가격에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천, 단순함, 현실 감각, 끊임없는 노력, 비용에 대한 인식, 혁신, 겸손, 다름 추구, 협력과 열정, 책임과 위임이라는 10가지 핵심 가치를 정했다.

조직 문화에 핵심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됐다. ‘이케아 앰버서더’라는 공식 직책을 조직 안에 두고 문화 전파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케아의 가치관을 조직 문화로 체화시킨 뒤 캄프라드는 1989년 당시 35세였던 앤더스 모버그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주고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케아가 개인의 카리스마와 경영술이 아닌 가치관으로 움직이는 회사가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부 걱정에도 불구하고 이케아는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이케아 매출은 319억유로(약 39조8800억원)에 달한다.

이케아의 발전 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창업자 캄프라드의 ‘가치관 기반 리더십’을 들 수 있다. 혼란의 국면에 처한 대한민국에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 앞에서 노심초사하는 기업에도, 캄프라드의 가치관 기반 리더십의 성공 요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가치관을 명확히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정영학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