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동차 시장에서 중요 나라로 떠오른 지는 이미 오래다. 신차 시장만 연간 2,600만대에 달하는 규모인 만큼 성장을 원하는 자동차회사라면 중국을 노크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미국 빅3는 물론이고 독일 프리미엄 3사, 토요타와 닛산, 혼다 등의 일본, 푸조와 르노의 프랑스, 현대기아차 중심의 한국 기업 등 거의 대부분의 완성차회사가 중국 현지 파트너와 손잡고 합작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합작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극명한 차이다. 중국 내 합작사는 지분 비율이 정확히 '50:50'이어서 서로 각자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실제 몇 년 전의 일이다. GM과 함께 중국 상하이GM 합작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GM은 중국 내 사업 현황을 설명하며 자신들이 소유한 상하이GM 공장 운영이 성공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이듬해 상하이자동차를 찾았을 때 그들 또한 같은 공장으로 안내하며 상하이자동차의 공장 운영 효율이 높다고 언급했다. 마찬가지로 상하이자동차의 소유를 주장하면서 말이다. 베이징현대차도 마찬가지다. 베이징자동차 사람에게 물으면 그 공장은 베이징자동차 것이고, 현대차에 물으면 현대차 것이라고 말한다.

[칼럼]자동차, 중국이 싫으면 그냥 나가라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힘의 균형이 점점 깨지고 있다. 중국의 성장과 함께 토종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어서다. 게다가 토종 브랜드의 성장은 합작사를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현지 합작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물론 아직 격차는 있지만 지금처럼 토종 브랜드가 성장하면 베이징현대차의 경쟁자가 베이징자동차가 되고, 상하이GM의 경쟁사로 상하이자동차가 될 수밖에 없다. 토종 브랜드가 합작으로 쌓은 생산기술 및 제품개발 능력을 배양하는 속도가 무섭기 때문이다.

합작사를 활용한 토종 브랜드의 기술개발 능력 향상 방법은 간단하다. 합작사 소속의 연구개발진을 토종 브랜드로 영입하면 그만이다. 베이징현대차에 근무하는 현지 연구개발 인력을 베이징자동차가 채용해 독자 제품을 만들어 팔면 그것이 곧 기술개발 능력의 향상이다. 합작사 입장에선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항변할 수 있지만 토종 브랜드의 입장은 간단하다. '싫으면 합작을 손 털고 나가라'는 식이다. 수많은 완성차기업이 중국의 거대 시장에 군침을 흘리며 진입한 만큼 아쉬운 쪽은 해외 브랜드일 뿐 토종 업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내 완성차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과거와 다르다. 시장 개방 초창기 합작 브랜드가 석권했던 시장은 점차 토종 브랜드의 영역으로 바뀌는 중이고, 토종 브랜드의 기술력은 합작사가 존재하는 이상 계속 높아지고 있다. 고양이의 털 색깔은 관계없이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이른바 등소평의 '흑묘백묘(黑猫白描)' 사례가 자동차에서 극명하게 나타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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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합작사의 타개책은 무엇일까? 이달 초 광저우모터쇼 현장에서 우연히 한국차 관계자의 말을 들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합작사가 토종을 막아내려면 토종보다 더 싸고,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때는 합작사가 아닌 별도 브랜드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글로벌 완성차기업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울 때 중국에선 오히려 저가 브랜드를 만들어야 생존이 가능하다니 무언가 반대로 가는 것 같지만 연간 2,600만대의 시장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게다가 자동차 보유대수 또한 한국이 1대당 2.4명일 때 중국은 1대당 11.6명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다시 말해 연간 2,600만대 규모가 십 수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사이 토종 브랜드는 엄청난 양(量)의 자동차를 만들며 질(質)적인 변화를 일으키니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며 내세웠던 '양질전환(量質轉換)의 법칙'이 시작된 것 같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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