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대세가 된 요즘 6.0ℓ가 넘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차가 출시됐다. 가격이 5,000만원을 훌쩍 넘지만 애호가들은 '착한 가격' 아니냐며 입을 모은다. 쉐보레 카마로 SS 이야기다. 올해 10월까지 국내 누적 판매는 400대를 훌쩍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영화 '트랜스포머'의 유쾌한 로봇 '범블비'의 유명세를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카마로는 국내 시장에서 너무나도 찬밥 신세였다. 사실 북미 태생의 머슬카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선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다. 매끈하고 날렵한 유럽산 스포츠카와 비교해 코너링 성능이 떨어지고, 연료효율은 말 그대로 경악스러울 지경이었으니 최근 자동차 시장 트렌드와 거리가 멀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쉐보레 카마로 SS는, 거칠게 말하자면 '미국물'이 많이 빠진 차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재탄생한 머슬카는 어떤 모습일까. 쉐보레 카마로 SS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여느 머슬카와 마찬가지로 크다는 인상부터 받는다. 길이 4,784㎜, 너비 1,897㎜, 높이 1,348㎜, 휠베이스 2,811㎜다. 사실상 2인승임에도 제원표 수치는 중형 세단 이상이다. 여전히 거대(?)하지만 이 마저도 이전 세대보다 몸집을 줄인 결과다. 다만 스포츠카답게 키는 작고 폭이 넓어 크기에 비해 날렵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살렸다.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머슬카 팬이라면 신형 카마로의 모습에 만족하리라 짐작해본다. 전문가들은 현행 카마로 SS가 전형적인 카마로 모습을 성공적으로 재해석했단 평가를 내린다. 램프는 세련되면서도 이전 세대의 디자인 요소를 반영했다. V자 형태를 강조한 전면 보닛과 그릴, 커다란 듀얼 배기 파이프 등에선 차의 고성능을 짐작케 한다. 커다란 에어 인테이크는 기능적으로 필수였지만 강인한 인상을 주는 심미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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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폭은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이다. 후륜구동차를 위한 아키텍처를 새로 개발, 카마로SS에 적용했다. 보타이 엠블럼과 SS레터링을 제외한 모든 부품을 새로 설계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날렵한 외모에 다이어트 효과까지 거뒀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많은 스포츠카가 그렇듯 실내는 간결하다. 운전을 즐기기 위한 요소 외에 다른 장비들은 최대한 배제한 모습이다. 다만 이전 카마로와 비교해 마감 품질이나 고급감이 더 개선됐다. 센터페시아 주변 스티치 장식, 손에 닿은 스티어링 휠이나 기어 노브의 촉감, 시트의 착좌감 등이 한결 고급스러워졌다. 대화면 내비게이션과 휴대전화용 무선충전기 등도 반가운 요소다. 시트 배치는 2+2 구조지만 뒷좌석은 사실상 사람을 태우기엔 무리가 있다.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이 차의 성격은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서도 잘 드러난다. 통상 HUD는 주행속도와 길안내, 전방 경고 등의 정보를 표시한다. 그러나 카마로SS의 HUD는 주행속도 외에 엔진회전수와 코너링 시 운전자에게 실리는 G포스 등을 나타낸다. HUD가 편안한 길안내의 동반자가 아니라 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한 부가장치란 의미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V8 6.2ℓ LT1 가솔린 엔진에 하이드라매틱 자동 8단 변속기를 맞물렸다. 둘의 조합은 최고 453마력, 최대 62.9㎏·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7.8㎞(도심 6.5㎞/ℓ, 고속도로 10.2㎞/ℓ)로, 구매력을 감안할 때 감내할 만한 수준이다.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정체와 서행이 반복되는 도심에선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기가 힘들다. 더 깊게 가속 페달을 밟고 싶은 욕구를 억지로 참아야 해서다. 그런데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강한 힘이 의외로 저회전 구간에선 얌전하고 편안하게 전달된다. 그만큼 엔진과 변속기가 정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라 조금씩 속도를 높여나갔다. 통행량이 만만찮아 생각처럼 속도를 높일 수 없는 상황. 그런데 서서히 속도를 높이자 시속 100㎞에선 엔진회전수가 1,400rpm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고배기량 N/A 엔진과 8단 변속기의 여유랄까. 정속 주행 시 효율은 ℓ당 10.0㎞ 이상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카마로SS엔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도 적용돼있다.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을 땐 8개의 실린더 중 4개만 이용,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스포츠카가 무슨 효율 타령이냐' 싶지만 친환경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순 없다.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고속도로에 진입해 1차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몇 시간 동안 쌓였던 짜증을 담아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다. 제원표 상의 숫자가 온 몸으로 체감되는 순간이다. 잔잔하게 그르렁대던 엔진은 소리를 높이며 말 그대로 무자비하게 힘을 쏟아냈다.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뒤로 쓸려나갔다. 쭉쭉 뻗어나가는 느낌, N/A 엔진의 풍부한 사운드 덕분에 말 그대로 운전할 맛(?)이 났다.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변속기는 패들시프트를 지원하고, 기어 레버 뒤엔 투어, 스포트, 트랙, 눈/비 등 네 가지 모드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자리 잡았다. 모드를 바꿀 때마다 변속 타이밍뿐 아니라 계기판과 엠비언트 조명의 색상까지 변화했다. 투어 모드에선 은은한 파란색 조명으로 실내를 밝힌다면, 스포트 모드에선 붉은 조명이 흥분을 배가시키는 식이다.

의외로 놀란 부분이 코너링 성능이다. 머슬카는 느긋한 직선 도로나 어울리는 차라는 선입견이 있었고, 앞서 경험했던 카마로나 머스탱 등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카마로SS의 몸놀림은 놀랄 만큼 정교해졌다. 다소 급하게 코너에 진입했음에도 적당히 묵직하고 안정된 느낌을 잃지 않았다. 이제야 성능의 균형이 맞는단 생각이 들었다.

안정된 몸놀림엔 서스펜션의 진화도 한 몫 했다.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GM이 자랑하는 기술 중 하나로, 노면 상태를 1초당 1,000회 감지해 댐핑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노면 상태를 정확히 전달하면서도 너무 퉁퉁 튀지 않고 정확히 자세를 다잡을 수 있는 이유다. 이글 F1 타이어와 브램보 디스크의 성능도 두말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노면을 끈끈하게 잡아채는 느낌, 답력에 명민하게 반응하며 정확히 차를 세우는 제동력이 믿음직했다.

▲총평
북미산 머슬카는 오랜 시간 한국 시장에서 사랑받지 못했다. 연료효율은 일반적인 자동차 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움직임도 한국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유럽차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쉐보레는 카마로 판매를 늘리기 위한 방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올해 부산 모터쇼에서 공개한 쉐보레 카마로SS는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5,000만원 초반이라는 가격이 V8 6,200㏄ 고배기량 스포츠카에 붙자 많은 이들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북미 시장보다 낮은 공격적인 가격대는 무엇보다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

여러 조건을 셈해볼 필요 없이 카마로SS는 유쾌한 차다. 복잡한 계산은 던져두고 운전 자체를 즐기고 싶다면 최상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역동적인 주행을 감당할 수 있는 운전 실력과 체력, 연료비를 감내할 수 있는 지갑이 있다면 말이다.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시승/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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