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출시한 GLE 쿠페와 GLS는 미국을 겨냥한 제품이었다. '큰 차'의 수요가 많은 시장을 위해 개발하고 생산기지를 정한 것. 그러던 중 한국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기 위해 최근 들여왔다. 이들의 국내 출시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고급 SUV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늘고, 벤츠가 대응했다는 점이다. 두 차를 경기도 용인 일대에서 탔다.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스타일
미국산 제품답게 외모부터 미국식이다. 미국 법규에 맞춘 주황색의 전방 리플렉터와 빨간색 후미 방향지시등을 갖춘 것.

GLE 쿠페의 외관은 이름 그대로 GLE 차체에 날렵한 쿠페 이미지를 심었다. 그러나 지상고와 높이가 전반적으로 높은 SUV 특유의 자세 때문에 역동적인 형태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면부는 대형 그릴과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을 넣은 헤드 램프가 중심이다. 헤드 램프의 기능이 많아 범퍼 아래엔 별도의 안개등이 없다. 대신 흡기구와 플라스틱 커버가 과격한 인상을 만든다. 국내 시판 GLE 350d 4매틱은 범퍼, 휠 등을 역동적으로 꾸민 AMG 라인을 기본 장착한다.

측면은 가장 높은 곳을 앞좌석 머리공간쯤으로 설정해 지붕을 지나는 공기흐름을 유연하게 했다. 심심할 뻔했던 간결한 면 처리는 캐릭터라인으로 팽팽하게 잡아 균형을 유지했다. 유리를 길게 이은 탓에 역동성은 떨어진다. 직경이 21인치에 달하는 휠은 존재감이 크다. 후면부는 벤츠 쿠페 계열에서 볼 수 있는 수평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양측 모서리를 뚫고 배기구를 나눠 역동성을 강조했다.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실내는 좌우대칭형 구조가 GLE와 동일하다. 대시보드, 센터페시아는 물론 컬럼식 기어 레버, 돌출형 내비게이션 모니터 등이 모두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D컷 형태의 AMG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나파 가죽시트, 알루미늄 트림을 비롯해 AMG 플로어 매트·페달을 적용한 정도다.

지붕이 일찍 낮아지는 쿠페형 차체이지만 뒷좌석은 예상보다 넉넉하다. 성인이 앉아도 헤드룸, 레그룸의 공간이 모두 남는다. 앞좌석 뒤엔 모니터를 설치해 편의성을 높였고, 등받이는 세단만큼 눕힐 수 있는 여유까지 부렸다. 그럼에도 적재공간이 작지 않다. 차체가 워낙 길고 높은 덕분이다. GLE보다 68㎜ 낮지만 81㎜ 길고 68㎜ 넓다.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GLS의 인상은 GLE와 비슷하지만 좀더 듬직하다. 차체가 큰 만큼 굵직한 선을 많이 쓴 덕분이다. 1세대로 꼽히는 GL클래스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이었다. 전형적인 2박스 스타일을 바탕으로 풀사이즈 SUV를 구현했다. S클래스를 기반으로 했으나 연결고리를 찾긴 힘들다. 길이 5,130㎜, 너비 1,980㎜, 높이 1,880㎜의 풍채는 오히려 S클래스보다 당당하다.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GLE, GLE 쿠페와 다름없다. 껍데기만 커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러나 뒷좌석부터는 파노라마 선루프 면적을 시작으로 확연히 다르다. 전동식으로 조절 가능한 2, 3열 좌석은 안락 그 자체다. 앞좌석 헤드레스트 뒤편엔 모니터를 설치해 멀티미디어를 감상할 수 있다.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성능
두 차 모두 V6 3.0ℓ 디젤 엔진을 얹었다. 최고 258마력(3,400rpm), 최대 63.2㎏·m(1,600~2,400rp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9단 자동을 조합했다.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먼저 탄 GLE 쿠페는 큰 배기량의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토크가 풍성하다. 변속기는 성능보다 효율에 초점을 뒀다. 핸들링은 제법 즉각적이다. 껑충한 차체에 비해 무게중심이 낮게 깔려 있다. 커브길을 감속없이 힘차게 돌아나갔다. 서스펜션의 설정도 인상적이었지만 시승 전 제품 설명 때 언급했던 강성 확보가 진가를 드러냈다. 벤츠에 따르면 GLE 쿠페는 전면 프레임부터 지붕, 기동, 트렁크 등에 스포츠카 버금하는 보강재를 더했다.

다이내믹 셀렉트가 제공하는 주행모드는 다섯 가지(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인디비주얼, 슬리퍼리)로 엔진, 변속 시점, 스티어링 휠 무게감, 서스펜션 감쇠력 등을 통합 제어할 수 있다.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이어 시승한 GLS는 육중한 느낌으로 출발했다. GLE 쿠페와 같은 엔진을 탑재했지만 큰 차체가 우선 와닿았다. 그러나 많이 굼뜨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가속력이다. 실제로 0→시속 100㎞ 가속엔 7.8초가 걸리는데 GLE 쿠페와의 차이는 0.8초에 불과하다.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을 비롯한 하체 설정이 돕는 코너링도 자연스럽다. '풀 사이즈'란 덩치를 무색하게 만든다. 제동력은 성급한 감속보다 꾸준히 답력을 유지하도록 설정했다. 큰 차체를 세우는 데 부담감이 적다는 의미다. 기함 SUV 답게 반자율주행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를 갖췄다. 선행차와 간격이 갑자기 좁혀지자 자동으로 감속해 추돌사고를 막기도 했다.

오프로드 성능을 부각한 점도 특징이다. 오프로드 엔지니어링 패키지는 GLE 보다 하나 많은 여섯 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하며, 에어 서스펜션과 내리막저속주행장치를 포함한다. 연료효율은 복합 ℓ당 9.5㎞다.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총평
브랜드 성장세에 탄력을 불어넣을 든든한 지원군들이다. 두 차가 공통적으로 겨냥하는 SUV와 프리미엄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특히 벤츠는 이미 포화상태에 가까워진 한국 수입차시장을 탄탄하게 다져 놓은 입장이어서 선두를 굳힐 수 있는 여력을 더한 셈이다. 또 다른 브랜드가 만든 분야에도 위협적인 존재다. GLE 쿠페는 BMW X6를, GLS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를 상대로 강자 자리를 노린다. 여기에 가솔린 엔진으로 성능을 끌어올린 AMG GLE63 S 4매틱과 GLS500 4매틱도 연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판매가격은 GLE350d 쿠페 4매틱 1억600만 원, GLS350d 4매틱 1억2,500만 원이다.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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