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너무 정돈하고 살다 보면 창의적 아이디어 놓칠 수도
집안이 모델하우스처럼 깔끔하지 않으면 불편한 사람이 있다. 일종의 강박장애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대인은 어느 정도 이런 장애를 안고 산다. 어렸을 때부터 정돈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세뇌받기 때문이다. “방 좀 치워라” “책상은 그게 뭐니” “노트 필기는 왜 이렇게 지저분하니” 등.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잠복근무 경제학자(the undercover economist·한국판 경제학콘서트》의 저자 팀 하포드는 그의 신간 《어수선한(messy)》에서 대충 어질러놓고 사는 삶이 주는 장점을 설파했다. 하포드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국제금융공사(IFC)를 거쳐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그의 저서와 같은 이름(잠복근무 경제학자)의 칼럼을 장기 게재하고 있다.

하포드의 주장은 간단하다. 너무 정돈하고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결과물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왜 어지럽히는 게 중요하고, 사람들이 왜 여기에 반발하는지, 그리고 왜 이것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수많은 어지럽힘의 성공 사례를 동원해 설명했다.

등장인물은 다양하다. 미국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초기에 심혈을 기울여 원고를 작성하다 어떻게 즉흥 연설가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는지, ‘사막의 여우’로 불리는 독일의 에르빈 로멜 장군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어떻게 연합군을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는지 등을 꼼꼼한 연구로 정리했다. 또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등도 어떻게 정돈되지 않은 삶 속에서 성공을 이끌어 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자신의 사례도 소개한다. 대학 기숙사에서 책과 노트, 옷 등이 항상 어지럽게 널려있는 생활을 했지만 그런 생활 속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일을 많이 한 게 원인이고 책상이 지저분한 게 결과인데 우리는 보통 책상이 지저분해서 일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