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만든 D램 반도체가 SK하이닉스의 효자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연말이 되면 SK하이닉스가 생산한 D램 가운데 40%가 21㎚ 공정에서 만들어질 전망이다. 경쟁사에 비해 양산이 늦었지만 빠르게 추격하는 모습이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연일 신제품 개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지만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과감한 투자가 계속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48단 입체(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김진국 D램기술본부장(전무)과 김기석 낸드개발본부 3D테크 담당(상무)에게 신제품을 시장 전망보다 빨리 내놓을 수 있던 비결과 전망을 물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1㎚ D램이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김진국 D램기술본부장
김진국 D램기술본부장
김진국 전무=“정보기술(IT)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고용량, 저전력, 고속의 D램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DDR3에서 DDR4로, LPDDR3에서 LPDDR4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21㎚ D램 양산을 통해 시장의 변화에 발맞출 수 있게 됐습니다.”

▷21㎚ D램을 양산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김 전무=“공정이 미세화될수록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과 셀의 간격이 좁아집니다. 이러면 서로 간섭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는 그 사이에 공기를 채워 간섭현상을 막고 있습니다. 그런데 워낙 틈새가 좁다보니 사이의 공간을 깨끗하게 비워내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개발팀 엔지니어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누군가 뚝배기식 세척법을 제안했습니다. 식당에서는 뚝배기의 미세한 틈에 스며든 세제를 빼내기 위해 물을 넣고 한번 끓이는데, 이와 비슷한 방식을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적중했고, 셀 외벽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공기를 넣을 수 있는 기법개발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고민과 토론을 반복한 결과물이 바로 21㎚ D램입니다.”

▷21㎚ D램 양산이 경쟁사에 비해 늦었습니다.

김 전무=“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구현할 때마다 위기가 많았습니다. 새로운 시도로 어떤 문제로 이어지는지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늦어졌지만, 경험이라는 좋은 자산을 쌓을 수 있게 됐습니다. 21㎚ D램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더 빠른 개발과 더 신속한 문제점 발견 등을 시스템화했습니다.”

▷차세대 제품인 10㎚대 D램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김 전무=“연내 개발을 마무리해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10㎚대 공정으로의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현실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D램의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더 빠르게, 더 작은 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10㎚대 D램이 그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D램 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김 전무=“2년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두 배씩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은 이미 깨졌습니다. 집적도 향상을 위한 개발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향상이라는 그 방향성은 아직 깨지지 않았습니다. 비용과 시간이 충분하다면 더욱 미세한 공정에서 더욱 성능이 좋은 D램을 생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사물인터넷(IoT)이나 증강현실(AR) 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더 강한 성능의 메모리반도체가 필요합니다.”

▷낸드플래시 부문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김기석 낸드개발본부 3D테크 담당
김기석 낸드개발본부 3D테크 담당
김기석 상무=“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낸드플래시 사업은 SK하이닉스의 주력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금융위기 등으로 회사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낸드플래시 부문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 경쟁력이 약화됐습니다.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고, 이제 그 결실을 맺을 때입니다.”

▷3분기에 낸드플래시 부문이 흑자를 냈습니다. 꾸준한 흑자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김 상무=“낸드플래시 시장은 D램 시장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3D 낸드플래시 제품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면 앞으로 꾸준한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48단 3D 낸드플래시 개발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김 상무=“3D 낸드플래시 개발은 지금까지 평면에 구현하던 기술을 입체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일입니다. 1층짜리 집을 짓다가 아파트를 짓는 것과 같습니다.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합니다. 거기다 이번 48단 3D 낸드플래시는 하나의 셀에 3비트를 저장하는 ‘트리플레벨셀’ 제품입니다. 매우 미세한 공정을 진행해야 해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엔지니어와 연구원이 협업하며 고민 끝에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3D 낸드플래시와 기존 2D 낸드플래시의 생산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김 상무=“우선 2D 제품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3D 제품 비율을 꾸준히 늘려갈 계획입니다. 3분기 말에는 3D의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쳤는데, 이를 연말 기준 10% 중반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내년 상반기에 72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양산하면 이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인텔과 마이크론이 내놓을 ‘3D 크로스포인트’는 낸드플래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김 상무=“D램과 낸드플래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품인데, 당장 D램 시장이나 낸드플래시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측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체가 커지고, 시장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바뀌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SK하이닉스도 새로운 형태의 메모리반도체를 준비하고 있으며, 새 시장이 열리는 시점에 진입할 계획입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김 전무=“반도체 분야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구성원에 내재된 치열하고 독한 DNA가 SK하이닉스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상무=“SK하이닉스는 D램, 낸드플래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등의 분야를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SK그룹의 모토인 ‘따로 또같이’를 사내에도 적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협업과 소통이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