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20대 고객 비중 7년만에 10배로

한국을 찾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젊어졌다.

수년 전만 해도 서울 도심에서 마주치는 유커들은 대부분 중장년층 단체관광객이었으나 최근 20대와 30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중국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인 시내면세점의 매출을 보면 이러한 변화가 명확히 드러난다.

17일 호텔신라에 따르면 올해 1∼9월 장충동 신라면세점의 중국인 매출에서 20대와 30대가 각각 35.7%, 40.8%를 차지했다.

그 외 40대 15.1%, 50대 5.6%, 60대 1.6% 순이었다.

20대와 30대 합계가 76.5%를 차지하며 중장년층을 압도했다.

2030의 비중은 2009년만 해도 34.1%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1년 53.4%, 2013년 60.0%로 급성장하더니 지난해 73.5%로 70% 벽을 넘어섰다.

연령별로는 20대 매출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대 비중은 2009년 3.6%에 불과했으나 올해 36%에 육박하며 7년 만에 10배 가까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30대 비중도 커졌지만 40대 이상은 크게 위축됐다.

2009년에는 40대 매출 비중이 34.9%로 가장 높았으며 50대도 24.8%에 달했다.

현재 1%선으로 추락한 60대 매출 비중은 당시 5.9%였다.

다른 면세점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마찬가지다.

롯데면세점에서는 40세 미만 비율이 80%를 훌쩍 넘었다.

올해 상반기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20대와 30대는 각각 46%, 40%를 차지했다.

40대 이상은 13%에 불과했다.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서도 올해 국경절 연휴 40세 미만 매출 비중이 75.4%였다.

이처럼 중국인 구매 고객 연령대가 낮아진 것은 기본적으로 한국을 찾는 2030세대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중 20·30대 비중 합계는 작년 들어 50.4%로 50%를 돌파했다.

이는 중국의 해외여행 열기 고조와 한류 열풍 등 여러 요소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주링허우'(九零後·1990년 이후 출생자)와 '싼커'(散客·중국인 개별관광객) 증가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면세점 매출에서 나타나듯 소비 측면에서는 젊은 세대의 영향력은 더욱 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한류를 보고 느낀 세대들이 직접 한국에 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한류 마케팅 등에 힘입어 이들에게 국산 화장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면세점 시장의 판도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에는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 해외 명품브랜드 가방과 시계 등이 인기였으나 최근에는 국산화장품이 최고 인기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자유여행을 즐기는 젊은층 여행이 늘면서 전통적인 쇼핑지인 명동 등 강북 도심권에 이어 강남지역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변화다.

올해 상반기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개별관광객 매출 증가율은 코엑스점(250%)과 월드타워점(110%) 등 강남지역 면세점이 소공점(30%)보다 월등히 높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으로 잘 알려진 강남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전통적인 단체여행 대신 자유여행으로 한국의 맛집을 찾아가거나 문화를 체험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관광 유형을 선호한다.

최근 입찰 마감된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 입찰에 대기업 5곳 중 4곳이 강남을 후보지로 택한 것도 이러한 현상을 반영한 결과이다.

삼성동을 입지로 정한 HDC신라면세점은 아예 '밀레니얼 세대'를 주 고객으로 설정하고 최신 IT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콘셉트의 면세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인 관광객 연령대가 낮아지고 자유·개별여행이 늘어나는 현상은 국내 관광·쇼핑 업계에 또 다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은 "관광객들이 처음 방문하면 명소를 가지만 그다음에는 그 나라의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하게 된다"며 "일단 젊은층 관광객들이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며 앞으로 재방문율을 높여 면세점뿐만 아니라 보고 먹고 즐길 수 있는 각 분야로 효과가 퍼지도록 더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