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적화물 이탈이 가장 큰 문제…주요 화주·선사 등 대상으로 조사"

법정관리 사태로 정상영업이 불가능해진 한진해운이 수송하던 엄청난 화물은 어디로 옮겨갔을까?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전에 운항하던 컨테이너선은 모두 97척.
대부분이 부산항을 모항으로 미주와 유럽 항로를 운항하며 수출입화물과 환적화물을 실어날랐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 선박들이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는 20피트짜리 기준으로 185개만에 달했다.

지금까지 70척이 하역을 마쳤다.

가압류당했거나 공해상에 대기하는 등 해외에 있는 14척을 제외한 13척은 국내 항만, 주로 부산항에서 실린 화물을 내릴 예정인데 이달 중에 마무리될 것으로 해양수산부는 보고 있다.

부산항에는 40척이 10만개에 가까운 컨테이너를 내렸다.

국내 기업들이 실었다가 발이 묶인 수출화물, 외국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화물,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제3국으로 가는 다른 나라의 환적화물들이다.

부산항만공사는 한진해운의 환적화물과 수출화물이 어느 선사의 배로 옮겨가서 어떤 경로를 거쳐 수송되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이 수습되는 대로 국내외 주요 화주, 화물주선업체(포워더), 선사 등을 상대로 추적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진해운 화물의 이동 실태를 파악해 부산항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할 계획이다.

항만공사의 한 관계자는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환적화물의 이탈 여부"라고 말했다.

중국이나 대만, 홍콩의 선사로 옮겨간 환적화물 비중이 크면 부산항으로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중국 코스코, 일본 K-라인, 대만 양밍, 홍콩 에버그린과 CKYHE해운동맹을 이뤄 많은 환적화물이 부산항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한진해운이 부산항에서 처리한 환적화물은 104만개, CKYHE동맹 전체로는 147만여개에 달했다.

부산항 환적 물동량의 15%에 해당한다.

법원이 한진해운의 미주항로 등 주요 자산을 매각하기로 함에 따라 한진해운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퇴출되는 것은 물론 경쟁력이 가장 높았던 미주항로에서도 물러나야 할 처지이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한진해운 같은 대형 국적선사가 해운동맹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면 외국선사들이 전용 터미널이 있는 자국 항만에서 환적화물을 처리하지 굳이 부산항으로 가져올 이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상하이 등 중국항만들이 최근 환적화물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고 이를 위해 하역을 거의 무료로 해주고 있어 부산항은 비용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고, 양밍과 에버그린 등도 대만 가오슝과 홍콩의 자체 터미널에서 환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항만공사는 보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부산항의 환적화물 이탈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항만공사는 최대 60만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100만개를 넘을 수도 있다고 추정할 뿐이다.

외국선사가 우리 수출화물을 중국 등 외국항만으로 옮겨서 환적하는 사태도 항만공사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한진해운 선박을 대체할 다른 선사의 배가 충분치 않아 급한 화물은 작은 선박으로 가까운 중국항만으로 옮긴 뒤 그곳에서 미주나 유럽을 가는 대형선박에 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사태 초기에는 실제로 그런 현상이 일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 전에 매주 19~21회 기항하던 한진해운 선박이 대부분 멈춘 이후 새로 생긴 다른 선사의 정기 서비스는 머스크, MSC, 현대상선 각 1회에 불과하다.

CKYHE동맹 소속의 양밍, K-라인 등이 한진 배에 실렸다가 부산항에 내려진 자사의 환적화물을 수송하고자 일시적으로 대체선박을 투입했지만 정기 서비스로 전환하지는 않았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16일 "한진해운 화물 추적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연말께면 어느 선사에 의해 어떤 경로로 화물이 이동했는지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이를 토대로 "환적화물 이탈을 막는 대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lyh950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