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개봉된 제임스 딘 주연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 당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장면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치킨게임'이다. 두 대의 자동차가 서로 마주보고 돌진하는데, 충돌 직전 피하면 지는 게임이다. 하지만 '겁쟁이'가 싫어 직진하면 결국 둘 모두 자멸에 이르게 된다.

이유와 원인을 해석하는 시각은 분명 다르겠지만 지금의 갑을오토텍 상황이 꼭 치킨게임 같다. 회사는 노조의 공장 점거 중단이 먼저라는 입장이고, 노조는 회사의 교섭 테이블 참여가 먼저라고 말한다. 양측 모두 생산 중단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을 알면서도 팽팽한 치킨게임을 벌이는 중이다. 게다가 마주보고 달리는 자동차 간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더욱 두려워하는 것은 먼저 피하는 일이다. 피하는 것은 곧 '겁쟁이'이고, 책임 회피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 노조도 공장 점거를 풀지 못하고, 회사 또한 직장폐쇄를 놓지 못한다. 그리고 양측 모두 "설마 파산까지 가겠어?"라는 인식을 마지노선으로 갖고 있다.

그런데 한발 떨어져 바라보면 양쪽 모두 너무나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실제 폐업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미 만들어 놓은 재고가 떨어져 납품 패널티가 부과되고, 다임러와 미쓰비시푸소 등은 거래 중단을 언급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마주 달리는 자동차의 범퍼 정도는 이미 맞닿은 셈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범퍼가 부서지고, 차체로 충격이 전달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달리면 결국 모두가 부서지고 사라진다. '겁쟁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내세운 명분도 공중 분해된다.

파산은 회사와 노조 모두에게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근로자는 직장이 사라지는 것이며, 회사는 투자를 모두 허공에 날리는 꼴이다. 그에 따른 협력사의 고통 또한 피할 수 없다. 자본과 노동의 대립 같은 정치적 구호조차 현실적인 '파산' 무게를 극복하지 못한다. 게다가 파산은 곧 제품 판매처와 결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마지막 충돌은 막아야 한다.

그런데 충돌을 피하는 방법이 문제다. 노조는 회사가 먼저 피하라고 외치는 반면 회사는 노조가 한 걸음 옆으로 옮기라고 주장한다. 서로 목소리를 높이니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파업으로 누가 더 손해 볼 지 갈 데까지 가보자'는 형국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한발씩 뒤로 물러나는 용기다. 서로 먼저라고 주장하는 것을 동시에 받아들여 침몰만은 막아야 한다. 회사는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하고, 노조는 동시에 공장 점거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해법이 보인다. 다시 말해 서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동시에 피하는 방법을 찾는 게 먼저다. 서로 피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우선이 아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겁쟁이'를 두려워하면 충돌 밖에 답이 없다. 지금은 갈등의 원인을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라 노사 모두 현상의 해결이 최우선 과제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자존심은 잠시 내려두고 이성을 찾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