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만 있던 서울패션위크, 옷 팔리는 행사로 만들 것"
한국 패션 디자이너들은 매년 열리는 서울패션위크를 ‘계륵(鷄肋)’이라고 불렀다. 국내 최대 행사라 참가해야 하지만 쇼를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많고, 판매로는 잘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최 시기가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등의 패션위크보다 늦은 게 문제였다. 백화점 등 구매담당자(바이어)들이 이미 다른 패션위크에서 예산을 다 써버린 뒤 방문하기 때문에 구경만 하고 구입은 안 하는 일이 반복됐다.

행사를 총괄하는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사진)은 5일 ‘2017 봄·여름 헤라서울패션위크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디자이너들이 효과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판매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박람회와 패션쇼를 모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연다. 지난 행사까지 박람회는 서울 문래동 폐공장 부지에서, 패션쇼는 DDP에서 열었다.

정 감독은 “행사장을 찾은 바이어들이 편리하게 제품을 살 수 있도록 올해는 행사 장소를 통일했다”고 설명했다.

비용문제도 해결했다고 정 감독은 밝혔다. 그는 “판매가 성사되려면 유명 백화점 바이어들이 많이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난해까지 이들을 초대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했다”며 “올해는 아모레퍼시픽을 찾아가 스폰서십을 따냈다”고 했다. 이 돈을 활용해 올 봄·여름 행사부터 바이어를 초청하기 시작했다. 직접 영국 셀프리지백화점, 이탈리아 편집숍 엑셀시오르 등의 바이어에게 다섯 차례 이상 연락도 했다. 이번 행사를 찾는 바이어는 200여명이나 된다. 셀프리지백화점은 벌써 디자이너 10명의 제품을 사기로 했다. 정 감독은 “이번 행사부터는 서울패션위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며 “자기 비용을 들여 오겠다고 알려온 바이어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어들은 한 번만 봐서는 구매하지 않고 여러 차례 살펴본 뒤 믿을 만해야 산다”고 말했다. 1회성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한국 패션을 해외에 알려야 한다는 얘기다. 정 감독은 “단순히 수주금액을 늘리기보다는 국내 디자이너들이 해외 백화점과 편집숍에 많이 입점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